타기만 해도 기부… 나눔으로 달리는 ‘산타버스’
‘초록우산 나눔버스’ 성탄절 변신
10번·129-1번·167번 버스 3대
때 맞춰 안팎에 크리스마스 장식
운송 수입금 10% 어린이재단에
(주)비엔애드 가교 역할로 결실
11년째 ‘산타 기사’도 운행 동참
“아이고 너무 예쁘네. 이게 그 산타버스죠?”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오전 6시 50분. 부산 시내버스 129-1번 버스 첫 승객이 산타복 차림의 안종성 기사를 보고 물었다. 뒤이어 잠이 덜 깬 모습으로 연신 버스에 오르던 시민들은 캐럴이 울리고 버스 곳곳의 크리스마스 장식에 이내 생기를 찾았다. 날이 밝은 후에는 엄마 손을 잡은 어린이들이 줄지어 탔다. 눈을 반짝이며 신나서 버스에 올라타는 아이에게 “올해 소원은 들어 줬다”고 생색을 내는 엄마도 있었다.
129-1번을 비롯한 ‘초록우산 나눔버스’ 3대가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산타버스로 변신, 부산 시내를 누비고 있다. 버스 안팎은 크리스마스 장식과 산타 사진으로 가득하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지나면 내·외부 장식을 떼고 다시 나눔버스로 돌아간다. 초록우산 나눔버스는 이달 7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운행한다.
나눔버스로 지정된 부산시내버스는 모두 3대다. 각각 국제여객 10번, 대진여객 129-1번, 동남여객 167번으로 모두 초록우산 이미지를 겉면에 둘렀다. 나눔버스에서 발생한 운송 수입금 10%와 부산시버스운송사업조합 자율기부금은 재단을 통해 보호아동과 자립준비청년 지원에 쓰인다. 시민들은 버스에 타기만 해도 기부를 하게 되는 셈이다.
부산버스조합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한 것은 (주)비엔애드 김오성 대표다. 올해 부산도시철도 역사 광고사업과 부산 시내버스 2400여 대의 광고 사업을 맡으면서 버스조합에 먼저 초록우산 광고를 제안했다. 버스조합 측이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초록우산 나눔버스가 탄생했다.
김 대표는 “초록우산은 일반 기업처럼 홍보예산을 지출할 수 없다 보니 직접 나서게 됐다”며 “초록우산에 ‘광고비 하나는 걱정 말라’고 해놨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5년여째 초록우산 기부를 이어왔다. 직원들도 동참하고 있다. 초록우산의 인재양성캠페인 아이리더 사업에 참여한 지도 2년째다. 아이 한 명을 지정해 꾸준히 지원하는 사업이다. 매월 생활비를 보내던 금정여고 학생이 경성대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알렸을 때는 직원들과 환호하기도 했다. 사업이 커질수록 후원 금액도 키워나갔다.
그는 “받은 도움을 되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남구 우암동 부둣가에서 태어난 그는 일용직 아버지와 신발공장 여공이던 어머니 아래 자랐다. 아침 일찍 나가 밤 늦게 들어오는 부모님 대신 집주인 할머니가, 이웃집 어른들이 그를 돌봤다. “내가 어긋나지 않은 것은 모두 그 어른들 덕”이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어른들에게 도움을 받던 그가 이제 어른이 돼 아이들을 돕고 있다.
이런 나눔버스가 연말을 맞아 산타버스로 버스 안팎을 장식하고 운행되고 있다. 안종성 기사를 비롯한 버스기사들도 시민들에게 힘을 주는 일이라며 적극 동참하고 있다. 특히 안 기사는 2012년부터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산타 복장을 하고 시내버스를 운행해 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안 기사는 “새벽 경비원이나 미화원들 새벽 출근길, 학생 통학길, 저녁에는 집에 가는 시민 귀갓길. 매일 마주치는 단골 승객들에게 오가는 길 잠시라도 기쁨을 주려고 산타버스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버스조합에 안 기사 버스 정차 지점을 묻는 전화가 오기도 하고 학생들에게 감사 쪽지를 받는 일도 흔하다. 특히 올해 그의 버스는 달리는 만큼 나눔으로 이어지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측은 나눔버스를 시작한 이후 문의 전화가 대폭 늘었다고 전했다. 재단 관계자는 “나눔버스 내 QR코드를 찍어 직접 기부 신청을 하거나, 버스 내부 광고를 보고 문의 전화를 걸어오는 시민이 부쩍 늘어났다”며 “기부금은 보호아동의 꿈 장학금과 자립준비아동 자립 준비 비용으로 쓰인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