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훈훈하게 데운 ‘아이 러브 신동’
수십 년간 부산 미술 지원
신동배 대표 주제로 전시
31명 작가 축제처럼 참가
혹한의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산은 상대적으로 따뜻한 편인데 어쩌면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모여 살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연말 부산 미술계에서 훈훈한 소식이 들려온다. 부산 지역 작가 수십 명이 모여서 오랫동안 미술 전문 출판을 해 온 인쇄소 대표를 위한 전시를 연다고 했다. 지난 22일 ‘아이 러브 신동’ 전시를 앞둔 부산 해운대 피카소 화랑을 찾아갔다.
이번 전시에는 강선학, 김이선, 예유근, 이욱상 등 31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여러 작가들로부터 이번 전시의 주제인 신동문화사 신동배 대표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사실 그보다도 신동문화사에서 그동안 제작한 팸플릿과 여러 작가들이 그에 관한 이야기를 증언(?)한 도록이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부산 미술의 역사를 담은 한 권의 스토리북이었다. 작가들이 자료를 모아서 미술 전문 출판을 하는 분에게 책을 만들어 선물을 한다는 것 자체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였다.
미술 작가라면 신동문화사를 모를 수 없다. 한때는 부산에서 제작되는 미술 관련 전체 팸플릿의 절반을 넘는 연간 100여 종을 제작했다. 지금까지 만든 팸플릿이 줄잡아 2000여 종. 부산청년비엔날레, 부산미술대전, 부산야외조각대전, 부산한국화전 등 내로라하는 대규모 전람회 팸플릿을 도맡았다. 부산에서 발간된 ‘조형과 상황’과 ‘미술과 비평’ 등의 미술 잡지도 제작했다.
작가들은 자료를 모으면서 부산 미술 발전에 신동문화사가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새삼 되짚어 보게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욱상 신라대 겸임교수는 “신 대표는 매년 1~2명의 유망작가를 선정하고 팸플릿을 무료 제작해 주며 창작활동을 지원했다. 힘든 시절 신동 문화가 없었다면 지금 활동하는 부산 지역 작가들의 많은 활동이 위축되고 소멸될 수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늘상 “싸고 적당한 도록은 가치가 없어. 솔직해야 해”라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와 인쇄 그림이 근접해야 한다는 소신을 가져, 다른 인쇄소처럼 사진을 보내 달라고 하지 않고 늘 직접 가서 촬영했다. 이번 전시의 도록 편집을 책임진 김이선 큐레이터는 “작은 불씨가 모여 큰 집도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이번 ‘아이 러브 신동’이 하나의 불씨가 되어 앞으로도 많이 나와 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당초 신 대표는 “예술가는 나의 스승”이라며 자신을 조명하는 것에 반대를 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작가들이 부산 미술의 역사를 같이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설득을 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고 했다. 진행되는 과정 자체가 축제 같았고, 그 과정을 담은 카톡방 내용도 책에 들어 있어 흥미롭다. 이번 전시는 피카소화랑에서 28일까지 열리고, 전시 작품 판매금액 절반은 후원금으로 적립한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