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는 부산 '사상구 다함께돌봄센터 1호점'… ‘돌봄 공백’ 어쩌나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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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계약 만료, 재계약 무산
센터 운영 법인 임대료 지원 호소
구청 "임대료 지원 법적 근거 없어"

부산 사상구 엄궁동에 위치한 ‘사상구 다함께돌봄센터’가 내년 3월 6일 계약 만료를 끝으로 운영을 중단할 예정이다. 나웅기 기자 wonggy@ 부산 사상구 엄궁동에 위치한 ‘사상구 다함께돌봄센터’가 내년 3월 6일 계약 만료를 끝으로 운영을 중단할 예정이다. 나웅기 기자 wonggy@

부산 사상구 내 첫 방과 후 초등돌봄센터가 운영된 지 5년 만에 문을 닫을 예정이다. 관할 구청과 센터를 운영하는 법인이 임대료 지원 문제로 입장 차를 보이면서 재계약이 무산된 탓이다. 갑작스러운 폐원 통보에 피해는 맞벌이 가정인 학부모와 아이들이 감당하게 됐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다며 대책을 호소한다.

25일 사상구청에 따르면 엄궁동 ‘사상구 다함께돌봄센터 1호점’이 내년 3월 6일 계약 만료를 끝으로 운영을 중단할 예정이다. 2019년 3월 지역 최초로 문을 열었던 ‘다함께돌봄센터 1호점’은 민간위탁 방식으로 5년 동안 운영됐다. 정원 25명이 꽉 찼고 대기 순번이 10번까지 있을 정도로 인기다. 그러나 최근 센터를 운영하는 법인과 사상구청이 재계약 시기를 맞아 계약 연장을 논의했지만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함께돌봄센터는 초등 정규교육 이외 시간 동안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하는 사업이다. 학습·독서 지도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돌봄이 필요한 만 6~12세 아동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월 10만 원 이내 비용만 내면 돼 학부모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사상구청은 초등돌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2019년부터 매년 1개씩 센터를 설치했다. 현재 지역 내 센터는 총 5곳이며, 모두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사상구 다함께돌봄센터 1호점이 문을 닫는 이유는 임대료 지원 문제 때문이다. 최초 계약 당시 민간 법인은 센터 개설을 위해 대출을 받아 건물을 매입했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변수를 맞는 바람에 경제적으로 어려워졌고, 갚아야 할 대출 이자도 부담되는 수준이라고 법인은 설명했다. 법인은 구청에 임대료 지원을 요청했지만, 구청은 임대료를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어 재계약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다함께돌봄센터 지침을 보면 공공시설을 활용하거나 건물을 무상으로 제공 받는 조건으로 건물 소유자인 법인이나 단체에 지정위탁이 가능하다고 명시돼있다. 양측이 입장 차를 보이며 재계약은 무산됐다.

갑작스러운 폐원 통보에 피해는 학부모와 아이들이 오롯이 감당하게 됐다. 센터 운영 중단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 22일 구청과 센터로 학부모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구청이 새로운 민간위탁 법인과 공간을 찾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폐원 이후 한동안 ‘돌봄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엄궁동 인근에 마땅히 아이를 맡길 곳도 없어 맞벌이 학부모들은 구청에 대책을 호소했다.

한 학부모는 “딸을 둔 워킹맘에게 가장 든든한 곳 중 하나가 다함께돌봄센터였다”며 “운영 법인과 구청이 협의점도 찾지 못한 상황에서 마땅한 대안조차 없다. 아이들과 부모만 사지로 내몰리는 격”이라고 말했다.

사상구청 관계자는 “대체 공간은 확보했지만 민간위탁 법인을 찾고 절차를 이행하려면 시간이 촉박한 것은 사실이다. 아이들 돌봄 공백에 차질이 없도록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고 대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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