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최대 산업은행 동남권 스타트업 펀드, 지역할당제로 운영
KDB산업은행이 동남권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는 2500억 원 규모의 펀드(부산일보 7월 24일 자 1면 보도)를 지역 할당제로 운용한다. 부산 이전을 추진 중인 산업은행이 전국 첫 지역 산업 육성 펀드를 지역 투자 기관 중심으로 운용해 지역 스타트업과 지역 투자 생태계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선다.
26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산업은행 동남권금융센터는 내년 조성을 목표로 동남권 스타트업 투자 재간접 펀드인 ‘부산 미래 성장 벤처 펀드’ 투자 기관 유치, 운용 방식 등의 밑그림을 기르고 있다. 펀드의 큰 그림은 1000억 원 규모의 모펀드에 파생해 운용되는 1500억 원 규모 자펀드를 지역, 수도권, 글로벌 3부 리그로 나눠 운용하는 것이다.
투자 기관의 출신 지역에 따라 펀드 내 역할이 나뉘는 것이 핵심인데, 지역 투자 기관은 창업 초기 도약 지원을 목표로 초기 단계 투자인 시리즈A와 사업 확장 단계인 시리즈B 투자를 맡는다. 지역 투자 기관의 지역 의무 투자 비율은 모펀드 출자금 대비 2.5배수 이상을 목표로 한다. 수도권 투자 기관은 1.5배수를 목표로 한다. 수도권 리그 투자 기관은 지역 스타트업의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수도권과 지역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글로벌 투자 기관은 부산 지역 스타트업의 해외 시장 진출을 지원한다. 현재 펀드 참여 기관 비율 등은 논의 중인데, 지역 투자 기관 비율을 최대 50%까지 할당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내년 3월 중 모펀드 운용사를 선정하고 내년 4월 중 자펀드 운용사 선정을 마쳐 상반기 중 펀드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앞서 지난 7월 산업은행은 500억 원의 자체 예산과 부산시와 민간 예산 500억 원 등으로 1000억 원 규모 모펀드를 조성하고 민간 투자 기관이 참여하는 1500억 원 규모 자펀드로 구성된 동남권 스타트업 투자 재간접 펀드 조성 계획을 밝혔다.
지역 투자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지역, 수도권, 글로벌 등의 기준으로 펀드를 운용하는 것을 매우 이례적인 시도라고 본다. 통상적인 펀드 운용에서는 자산 규모, 투자 이력 등을 기준으로 리그를 나누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펀드 조성이 지역 투자 생태계 조성에도 목적을 두는만큼 기존의 방식이 지역 투자 기관 육성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산업은행은 지역 할당제가 지역 펀드 생태계를 살리고 투자 대상인 지역 스타트업 업계도 살리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낼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지역에서 조성되는 펀드에 수도권 투자 기관들의 저조한 참여로 펀드 자체의 실패를 우려해 수도권 펀드의 지역 의무 투자 비율은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했다.
지역에서는 산업은행이 직접 펀드 투자를 통해 마중물 역할을 맡은 만큼 국내 우량 투자 기관들이 대거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한 실질적인 산업은행 부산 이전의 효과를 이번 펀드에서 먼저 체험 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산업은행 동남권금융센터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펀드 운용 노하우와 국내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지역 벤처 생태계의 질적 성장을 유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