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수학 빠지는 수능, 내신·대학별 고사 중요해진다
2028년 수능 개편안 확정
이과생 선택 미적분Ⅱ·기하 출제 제외
미적분Ⅰ·대수·확률통계… 문과 수준
변별력 위해 고난도 문제 부상 가능성
대학, 전공연계 과목에 가중치 둘 수도
고교학점제 속 장점 살릴 과목 수강을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치르는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안이 가닥을 잡았다. 수능 수학 영역에서 심화수학이 삭제된다. 이에 따라 수학 영역은 현재 문과 수준의 공통 과목만으로 치러지게 됐다. 수능 개편 핵심 내용 중 하나였던 수학 영역 출제 과목이 확정되면서 현 중2 학생들의 대입 준비 방향도 수정이 필요하다. 수능 성적 변별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 속에 이를 보완할 방안이 속속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미적분Ⅱ·기하 출제 안 한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는 지난 22일 2028학년도 수능 개편 권고안을 의결했다. 교육부는 국교위 권고안을 검토한 뒤 조만간 2028 대입 제도 개편 확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교육부 확정안에는 국교위가 의결한 심화수학 미출제 등 주요 내용이 그대로 반영될 전망이다.
국교위의 권고안에 따르면 2028학년도 수능 수학 영역의 출제 과목은 현행 5개(공통과목 2+선택과목 3)에서 3개(공통과목 3)로 줄어든다. 현재 치러지고 있는 △수학Ⅰ△수학Ⅱ(이상 공통과목)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이상 선택과목)였던 과목은 △대수 △미적분Ⅰ△확률과 통계로 축소된다.
현행 수능 공통과목인 ‘수학Ⅰ’과 ‘수학Ⅱ’는 국교위 권고안에 담긴 ‘대수’ ‘미적분Ⅰ’과 같고, ‘확률과 통계’ 역시 문과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과목이다. 다시 말해 2028학년도 수능 수험생들은 현행 문과 수준의 수학만 공부하면 된다. 심화수학이 신설될 경우 포함될 예정이던 △수열의 극한·미분법·적분법 △기하의 이차곡선·평면벡터·공간도형과 공간좌표 등은 출제 범위에서 빠진다.
■수능 변별력 축소 우려
2028학년도 수능부터 지금보다 출제 범위가 줄어든 수학 영역 시험이 치러지면서 변별력 축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현 수능 체제에서 이과생들이 선택과목으로 응시했던 미적분과 기하가 출제되지 않으면서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변별력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심화수학이 빠지면서 수능으로 변별력을 확보하기는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능 수학이 어정쩡하게 출제되면 만점자가 속출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입시업계에서는 수학 영역에서의 변별력 축소는 곧 국어·영어 등 주요 과목의 난도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수학에서의 변별력이 줄어든 만큼 국어와 영어, 탐구 영역 등 다른 과목에서 난도가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수학 역시 출제 범위 내에서 난도가 올라갈 수도 있다. 결국 올해 2024학년도 수능과 마찬가지로 ‘불수능’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과 초고난도 문항(킬러 문항) 출제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수능 과목의 변화에 따라 각 대학들도 ‘변별력 강화’에 집중할 전망이다. 비슷한 수능 성적을 받은 수험생 중 더욱 실력 있는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논술 △면접 △학생부 교과 성적 등 대학별 고사 성적을 평가 기준에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 현재 서울 주요 대학은 정시에서 수능 점수 평가 기준 100%로 반영하는 경우가 많지만, 앞으로는 많이 줄어들 것이란 시각도 있다.
■내신 중요도 높아진다
변별력 축소 영향은 내신에도 미칠 전망이다. 대학들이 미적분·기하 등 심화수학 분야에 대한 내신 성적을 평가 기준에 반영할 경우 학생들의 내신에 대한 부담은 높아질 수 있다.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시행됨에 따라 일부 학생들은 내신 성적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심화수학 과목에 몰리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대학들이 수능 위주 정시 전형에서도 전공연계 과목 이수 여부에 가중치를 두고 변별력 확보에 나설 수 있다”며 “이 경우 수험생들의 내신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대학에서는 수험생들에게 내신 부담을 주는 대신 대학 정규 교육과정에서 심화수학을 가르칠 것으로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공계 상위권 대학이라도 내신에서 심화수학 과목을 이수한 수험생에게 높은 점수를 줄 경우 지원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신입생 선발 뒤 1학년 필수과목으로 심화수학을 넣는 대학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