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석에 파손된 송도 해안산책로, 복구 하세월
3년 전 봉쇄 애초 내년 개방 기대
서구청 돌연 “새 산책로 만들 것”
수십억 원 들여 2026년께 개장
“장기간 폐쇄, 예산 과다” 비판
부산 서구 대표 관광명소인 송도 해안산책로가 6년여 동안 폐쇄될 예정이다. 당초 2020년 낙석사고 이후 내년 중 개방할 예정이었으나 계획이 대폭 변경되면서 개장 일정도 계속 밀리고 있다.
25일 서구청에 따르면 구가 진행하는 ‘송도 해안산책로 재정비 기본계획수립용역’(이하 재정비 용역)의 목적이 기존 해안산책로 개장이 아닌 새로운 해안산책로 도입인 것으로 드러났다. 애초 내년 하반기 개장이 목적이었으나 새로운 해안산책로 도입으로 계획이 틀어지면서 개장 일정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0년 문 연 송도 해안산책로는 송도해수욕장과 암남공원 일대를 연결하는 산책로로 서구 대표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예산 15억 원을 투입해 조성됐지만, 2020년 5월 낙석사고로 파손돼 출입이 금지됐다.
당시 서구청은 복구공사를 거쳐 내년 하반기 개장한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정비계획은 지속적으로 변경됐다. 산책로 내 토지 보상 문제로 복구공사가 늦어졌고, 최근에는 급작스럽게 새 해안산책로 도입 계획이 나오면서 일정에 변수가 생겼다.
서구청은 시민 안전을 고려해 새 산책로를 도입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설치된 해안산책로가 바닷가와 가까운 절벽면에 설치돼 안전과 관리상 문제가 크다고 봤다. 서구청 관계자는 “기존 철제 산책로가 파도와 바람에 위험한 위치에 있는 데다 부식에도 취약해 그 상태로 원상 복구를 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기존 산책로는 철거한 뒤 절벽 상부에 최근의 트렌드를 반영한 자연친화적인 길을 조성하는 것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정비계획이 변경되면서 새 해안산책로를 개방하기까지는 최소 2년 이상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서구청에 따르면 구는 연내 재정비 용역이 끝나는 대로 기본·실시설계에 착수할 예정이다. 서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해당 구간이 위험도가 높고 길이도 상당히 길어서 내년 한 해 동안은 설계에만 집중할 계획”이라며 “2024년 말 전체 설계 윤곽이 나오면 2025년 공사를 진행해 2026년에는 개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접한 시민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해안산책로가 3년 가까이 폐쇄된 채 방치되다시피 했는데 또다시 개방이 미뤄진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새 산책로 조성에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점도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서구청은 기존 해안산책로 복구공사를 위해 예산 4억 원을 편성한 바 있다. 그러나 새 산책로를 조성하는 데 따르는 예산은 최소 45억~60억 원이 들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기존 철제 해안산책로를 철거하는 비용도 별도로 발생한다.
남부민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서구는 세 차례나 복구공사를 마무리하고 시민들에게 산책로를 돌려준다고 말했지만 ‘위험하다’는 말로 산책로를 봉쇄하고 결국 이렇게 오랜 시간을 끌었다”며 “일부 복구공사와 충분한 안전조치를 한 뒤 새 산책로를 조성했어야 하는 것이 순서에 맞지 않나”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