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학생 빈 자리, 동남·중앙아시아가 채운다
중국인 유학생 4년 새 급감
대신 이슬람권 학생 대폭 증가
대학가 분위기도 속속 변화
할랄푸드 조리실·기도실 등장
특정국가 맞춤형 학과 개설도
한중 관계 악화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부산 대학가에 중국인 유학생이 줄어들고,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국적 유학생들이 빠르게 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등이다. 최근에는 이슬람권 유학생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대학가 풍경도 바뀌고 있다. 각 대학은 이슬람 기도실을 마련하고 특정국 학생을 겨냥한 학과도 열었다. 대학 주변 상권도 유학생 손님 끌기에 집중하고 있다.
25일 부산대, 국립부경대, 부산외국어대, 신라대 등에 따르면, 올해 이들 4개 대학의 중국 유학생은 모두 2281명이다. 2019년엔 3202명이었으니 4년 새 1000명가량 줄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하늘길이 막히고 한중 관계가 악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신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국가에서 유학생들이 몰려오고 있다. 특히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유학생이 도드라지게 증가했다.
부산외대와 영산대, 신라대가 대표적이다. 올해 부산외대의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수는 221명으로 지난해(22명)와 비교해 209명이 급증했다. 부산외대가 이슬람 친화적 특성을 띤 때문으로 보인다. 학내에 외국인 구성이 다양한 데다 대학 인근에 이슬람 사원인 ‘한국이슬람 부산성원’도 있다. 영산대도 올해 우즈베키스탄 유학생이 244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교내 유학생 비중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신라대에는 베트남 유학생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121명이던 것이 200명을 훌쩍 넘겼다.
대학 안팎에서는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 유학생이 ‘코리안 드림’을 찾아 부산을 찾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공부를 병행하며 일까지 하면 경제적으로 부담이 적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경성대에서 유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박영미 교수는 “중앙아시아에서 공부하러 온 친구들은 틈틈이 일하면서 모은 돈을 자국으로 보내기도 한다”며 “미얀마 유학생은 자국에서 쿠데타가 발생하는 등 정치적 상황에 영향받아 공부하러 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유학생 지형 변화에 대학가 분위기도 속속 바뀌고 있다. 부산외대 인근에서 이슬람 음식을 파는 한 가게 주인은 “손님을 보면 점점 이슬람 문화권 학생들이 늘어나는 게 체감이 된다”며 “이대로면 4~5년 이내에 이슬람 전문 식당도 많이 생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성대·부경대 주위에는 베트남 음식과 베트남 커피 등을 파는 소위 ‘핫한 가게’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대학들도 유학생 맞춤 전략을 펼치고 있다. 부경대·부산외대·부산대 등 대다수 대학교가 이슬람 기도실을 마련했다. 이슬람 국가 출신 유학생의 종교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할랄푸드 조리실을 마련한 대학도 속속 생겨난다. 이슬람권 유학생은 율법에 따른 식재료만 섭취할 수 있다. 영산대는 부산시와 연계해 할랄푸드 식당 창업을 지원하고 나섰다.
특정국가 유학생들만 입할 수 있는 학과도 생겨났다. 신라대는 내년부터 베트남 유학생만 들어올 수 있는 자동차기계공학과를 신설할 계획이다.
정부도 유학생에게 필요한 비자를 발급하는 등 유학생 지형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영산대에 따르면, 부산시 연계 지역특화형 비자사업으로 올해 우즈베키스탄 국적 유학생 10명이 지역에 정착했다. 해당 사업은 인구 감소 대응과 지역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법무부가 외국인 정책 차원에서 내놓은 사업으로 동·서·영도구에 5년 이상 거주나 취업하는 조건으로 부산 지역 대학 졸업(예정) 유학생에게 비자를 발급해 준다. 영산대 관계자는 “부산, 경남, 울산에 전체적으로 중국 유학생이 줄고 중국 유학생도 수도권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지역 대학도 이에 맞춰 여러 국적 학생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