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영화’ 2편·OTT 강세… 2023 영화·대중문화 결산
‘범죄도시3’ ‘서울의 봄’ 흥행
애니메이션 영화 인기 계속
OTT 드라마·여주인공 선전
KBS 수신료 분리 ‘진통’도
2023년 영화마을과 대중문화계는 말도 많고 탈 많은 한 해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산업 지형과 콘텐츠 소비 방식은 확 바뀌었고, 여전히 지각변동을 계속하고 있다. 올해 영화계와 대중문화계의 큰 흐름을 톺아봤다.
■‘천만 영화’ 2편 나왔지만…
영화계 흥행 공식이 달라졌다. 대규모 자본과 스타 감독·배우가 출연한 작품에 흥행 보증이란 수식어가 붙는 건 옛말이다. 팬데믹을 겪으며 침체한 한국 영화계가 올해도 좀처럼 기지개를 켜지 못했지만, 일부 영화의 선전으로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올해 1000만 관객을 모은 ‘천만 영화’가 두 편 나온 건 의미가 있다.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3’과 11월 개봉한 ‘서울의 봄’이 천만 영화 반열에 올랐다. ‘범죄도시3’는 전편인 ‘범죄도시2’에 이어 다시 한번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서울의 봄’은 팬데믹 이후 시리즈가 아닌 단독 영화로서는 처음 천만 영화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는 특히 애니메이션의 힘을 느낀 한 해였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보면 올해 박스오피스 5위 안에는 애니메이션 영화 ‘엘리멘탈’과 ‘스즈메의 문단속’이 포함됐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도 6위에 올라있다. 1, 2위가 각각 천만 영화 ‘서울의 봄’과 ‘범죄도시3’, 5위가 ‘밀수’인 걸 고려하면 올해 흥행작 절반이 애니메이션 영화인 셈이다.
개봉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던 ‘스즈메의 문단속’은 총 누적 관객 557만 명을 동원했다. 지난 6월 개봉한 ‘엘리멘탈’은 입소문을 타고 관객을 꾸준히 모아 누적 관객 723만 명을 기록했다. 올 초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팬덤을 형성해 N차 관람을 유도할 정도로 마니아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작품은 누적 관객 479만 명을 모았다.
기존 흥행 공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스타 감독·배우와 극장 성수기도 코로나19 팬데믹이 몰고 온 보릿고개를 피하진 못했다. 올여름과 가을 추석 시장에 개봉한 작품들이 낮은 관객 수를 보이며 눈물을 머금어야 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384만 명, ‘비공식 작전’(105만 명) ‘더 문’(51만 명)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191만 명) ‘1947 보스톤’(102만 명) ‘거미집’(31만 명)이었다.
■대중문화계 희비 뚜렷
올해 대중문화계는 희비가 뚜렷하게 갈렸다. ‘더 글로리2’ ‘무빙’ 등 OTT 드라마가 선전했고, 여성 배우가 나선 작품이 여러 편 인기를 끌어 시청자의 주목을 받았다. SM엔터테인먼트와 한국방송공사(KBS)는 각각 경영권 분쟁과 수신료 분리 징수 문제로 진통을 겪었다.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분쟁은 대중문화계를 연일 떠들썩하게 했다. 분쟁은 지난 2월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가 자신의 SM 주식 대부분을 하이브에 매각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분쟁은 카카오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SM 인수전에 뛰어들며 격화됐다. 극으로 치닫던 경영권 분쟁은 카카오가 지난 3월 주당 15만 원에 SM 주식을 공개 매수해 하이브를 제치고 최대주주가 되면서 마무리됐다.
OTT 시장의 강세도 돋보인다. 넷플릭스는 올해 총 14편의 국내 오리지널 시리즈를 선보였는데 ‘더 글로리’ 파트 2와 ‘D.P.’ 시즌 2, ‘마스크걸’ ‘도적: 칼의 소리’ ‘이두나!’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스위트홈’ 시즌2 등이 화제를 모았다. 이 가운데 ‘더 글로리2’는 전작보다 더 큰 인기를 끌었다. 배우 송혜교, 임지연 등 출연 배우들이 주목받은 건 물론 극 중 대사와 장면까지 패러디되는 등 상당한 파급력을 보였다. 작품 속 ‘학교 폭력’ 소재는 사회적 담론으로 확장되기도 했다.
디즈니플러스는 ‘무빙’으로 전환점을 맞이했다.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영상 콘텐츠로 잘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배우 류승룡과 한효주, 조인성, 이정하, 고윤정 등이 이 작품에 출연해 주목을 받았다.
올해 드라마 시장에서 눈에 띄는 점은 여성 배우의 활약이다. 박은빈 주연의 ‘무인도의 디바’, 송혜교가 나선 ‘더 글로리2’, 엄정화 주연의 ‘닥터 차정숙’과 전도연의 ‘일타 스캔들’, 고현정의 ‘마스크걸’ 등이 화제작으로 떠올라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이 가운데 ‘일타 스캔들’은 최고 시청률 17%를 기록해 주목받기도 했다. 이들 작품은 여성 배우들이 작품의 전면에 나서 이야기를 이끌었고, 높은 시청률과 새로운 캐릭터의 확장을 이뤄냈다는 평가도 받았다.
KBS 수신료와 전기요금 통합징수를 금하는 방송법 시행령이 공포된 점도 올해의 소식에서 빼놓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월 TV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재가했다. 개정안은 방송법 시행령 제43조 2항의 ‘지정받은 자(한전)가 수신료를 징수할 때 고지 행위와 결합해 행할 수 있다’를 ‘행해서는 아니 된다’로 바꿨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