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전해야 역사는 계속될 테죠" 김도영 TBN 부산교통방송 PD
라디오 다큐멘터리 '1987 부산' 연출
영화 '서울의 봄' 배경 민주화항쟁 담아
"부산만의 콘텐츠 발굴하고 만들 것"
“1987년 6월, 그때 당시에 거리에 나왔던 부산 시민들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은 사람들이 잊지 않기 위해서 역사가 휘발되기 전에 계속해서 이야기를 남기고 구전하는 것이 먼저 경험한 사람들이 가져야 할 일종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라디오 다큐멘터리 ‘1987 부산’을 연출한 김도영 PD의 말이다. ‘1987 부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두환 정권의 마지막 해, 독재에 항거하던 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부산을 배경으로 담았다.
최근 영화 ‘서울의 봄’이 젊은 세대에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역사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1987 부산’에는 ‘서울의 봄’의 역사적 배경이 된 12·12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정부에 항거하는 민주화 항쟁, 역사 속 인물 이야기가 담겼다.
2016년 TBN 한국교통방송 라디오 프로듀서로 입사한 그는 이번 다큐멘터리 작업을 위해 약 1년에 걸쳐 기획, 자료 조사, 사전 취재 등을 진행했다. 한국 PD대상을 수상한 라디오 웹툰 ‘영도할배쓰, 불로초 수호기’ 등에 이은 김 PD의 5번째 라디오 기획특집물로, 지난 21일부터 이틀간 오전 10시 5분 부산을 비롯해 전국 방송에 송출됐다. 50분짜리다.
출발점은 한 장의 사진이었다. 1987년 6월 26일 오후 부산 남구 문현동 문현로터리에서는 ‘국민평화 대행진의 날’이 열렸다.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추모하는 타종 행사가 진행되면서 많은 부산 시민이 대행진에 동참했고,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막아섰다. 이때 한 청년이 최루탄 연기를 뚫고 뛰쳐나오며 경찰을 향해 “최루탄을 쏘지 말라”고 외치는 장면이 한 카메라에 포착됐다.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장면으로 꼽히는 이 사진은 1999년 미국 AP통신이 선정한 20세기 100대 사진에 포함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여러 언론 매체 등에서 사진 속 청년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3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청년의 신원과 행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김 PD는 “이 사람이 누군지 알고 싶었지만 끝내 알 수 없었다”며 “대신 사진 속 주인공이 누구인지 재구성해 보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고, 이 인물의 입장과 시선에서 당시 역사와 기억을 재현해 보자는 메시지를 다큐멘터리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다큐멘터리는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동의대학교 영화학과와의 협업으로 제작 중인 영화는 2024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PD는 “사진에 찍힌 그 청년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찾지 못했지만, 돌이켜보니 당시 거리에 나왔던 부산 시민 모두가 1987년 6월 당시에 주인공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향후 역사뿐만 아니라 부산의 동시대가 담긴 시대 이야기를 해나가고 싶다. 부산만이 지닌 특별한 음악 문화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다양한 부산의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를 발굴하고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