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집트 '가자 종전안'에 냉랭…"끝날 때까지 전쟁"
양측 수감자 석방 방안 외에
과도 정부 수립 내용까지 담겨
전쟁 협상안 중 가장 포괄적
이·팔, 확실한 거부 의사 안 밝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협상 중재국인 이집트로부터 가자지구 전쟁 종식안을 제시받았다. 양 측은 해당 안에 냉랭한 반응을 보이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25일(현지시간) AP 통신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집트는 이번 중재안을 카타르와 협의해 정했으며 이를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제시하고 미국, 유럽 정부들에도 전달했다. 이집트 중재안은 단계적으로 가자지구에서 적대행위를 끝내고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석방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나아가 전후 팔레스타인 과도 정부를 수립하기까지 내용도 담아 지난 10월 7일 전쟁 발발 이후 나온 평화 협상안 중 가장 포괄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이 방안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였으나, 그렇다고 완전히 거부하지는 않았다. 이스라엘 전시 내각은 이날 오후 늦게 모여 이 방안을 논의했다. 전시내각에 참여한 제2 야당 국가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는 이날 밤 인질 가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질 석방과 관련한 여러 방안이 제시돼 있으나 의미 있게 검토되는 방안은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회의 참석자에 따르면 간츠 대표는 “진전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며 “이쪽저쪽 떠돌고 있는 이집트 방안과 다른 방안들이 있는데, 어떤 것이 유의미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날 가자지구 북부의 이스라엘군 부대를 방문해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전쟁은 끝날 때까지 계속된다”고 말해 휴전과 관련한 일말의 기미도 내비치지 않았다.
중동 매체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집트 중재안은 교전 중단과 이스라엘 인질·팔레스타인 수감자 맞교환부터 전후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을 통치할 팔레스타인 정부 수립으로 이어지는 3단계 방안이다.
1단계로 최대 2주간 전투를 중단하고 하마스는 이스라엘 인질 중 40∼50명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수감자 120∼150명을 풀어준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드론 정찰을 중단하고 인도주의적 구호물자 진입을 허용한다. 2∼3단계에서는 대규모 인질·수감자 맞교환 석방과 함께 임시적이고 전문적인 정부 구성이 진행된다.
이집트와 카타르의 중재 아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를 주도하는 파타와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정파가 참여해 과도 정부 수립을 논의한다. 팔레스타인 정파들이 대선과 총선을 치를 방법을 논의하는 동안 과도 정부는 가자지구와 서안을 통치한다.
이 같은 방안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쪽으로부터 모두 격렬한 반대에 부딪힐 만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스라엘로서는 하마스 소탕이라는 전쟁 선언 목표를 달성하는 데 미치지 못하고 전후 일정 기간은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 통제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온 것과도 어긋난다.
특히 어떤 식으로든 과도 정부에 하마스가 포함되는 것은 이스라엘의 의향과 정면 배치된다. 팔레스타인 고위급 수감자들의 석방도 이스라엘 우파 내각에서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하마스는 이집트 안에 대해 공식적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으나 마무드 아바스 PA 수반의 파타를 축출하고 지난 16년간 가자지구를 통치해온 하마스가 정권을 포기할 가능성도 작아 보인다. 카타르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하마스 고위 관리 이자트 리시크는 “적대행위의 완전한 종식” 없이는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하마스의 입장을 거듭 밝히는 성명을 내놓았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