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소영의 법의 창] 민원 담당 공무원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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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공법학회장

욕설·폭행 등 악성 민원 매년 증가세
2022년 민원 공무원 피해 입법적 개선
지자체 민원 현장 평가는 결국 주민 몫

주취 상태로 공무원에게 집기를 던져 상해를 입혔다거나 도끼를 들고 와 담당 공무원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거나 동일인이 1년간 같은 내용의 민원을 7400여 건 제기했다거나…. 민원인이 욕설이나 고성을 하는 건 흔한 일이고 손으로 때리는 정도는 양반이라는 민원 담당 공무원의 체념 어린 말이 잊히지 않는다.

인사혁신처의 ‘공무원 직무수행 관련 감정노동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민원인 상대 공무원의 감정노동 수준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 ‘위험’ 수준이다. 가장 힘들어 한 부분은 장시간 응대와 무리한 요구로 인한 업무방해(31.7%)였고, 폭언·협박(29.3%), 보복성 행정 제보·신고(20.5%) 등의 순이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한눈에 보는 민원 빅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민원 발생 건수가 1268만 건이었는데, 이는 대략 한 해 동안 우리 국민 4명 중 1명이 민원을 신청한 수치가 된다. 물론 민원 청구는 국민의 알권리 실현으로 보장되어야 하고, 적극적이고 활발한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행정안전부의 관련 통계상 집계를 시작한 2018년 이후 공무원에 대한 민원인의 폭언 및 폭행 등의 행위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헌법 제7조 제1항, 공무원은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봉사해야 하며, 헌법과 법률에 따라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러한 공무원의 헌법상 책무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은 공무원에게 법령준수의무, 성실의무, 친절공정의무, 청렴의무, 품위유지의무 등 여러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위 실태조사 결과와 여러 통계치가 나타내듯이, 이제는 우리 국민의 행동 양식과 피해를 본 공무원에 대한 보호 및 지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때다. 공무원과 민원인은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이기 때문이다. 민원 처리 담당자는 헌법상 공무원으로서의 책무를 수행해야 하지만, 국민도 그들 위에 군림하거나 불법·부당한 업무방해를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민원처리법상 국민은 행정기관에 민원을 신청하고 신속·공정·친절·적법한 응답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그리고 동시에 민원인은 민원 처리 담당자의 적법한 민원 처리를 위한 요청에 협조해야 하고, 행정기관에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다른 민원인에 대한 민원 처리를 지연시키는 등 공무 방해 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 의무를 진다. 이것이 법이 정한 민원인의 권리와 의무다.

그런데 민원인의 권리남용이나 불법·부당한 행위로 인한 담당 공무원의 피해에 대해 명시적인 입법적 개선은 2022년 민원처리법 개정부터였다. 그제야 법은 행정기관의 장에게 민원인 등의 폭언·폭행, 목적이 정당하지 않은 반복 민원 등으로부터 민원 처리 담당자를 보호하기 위해 그 신체적·정신적 피해의 예방 및 치료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했다. 그리고 대민 현장의 실제 현실인 지방에서의 민원 처리 담당자 보호를 위한 자치입법은, 2021년 9월 전북 임실군 조례가 최초 제정된 이후 2023년 현재까지 전국 206개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의 주요 내용은 악성 민원 정의와 적용 대상 규정, 자치단체장에게 악성 민원으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본 대상자에게 심리상담이나 의료비·법적 대응·치유를 위한 교육 및 연수 등의 지원을 하도록 한 것이다.

신속·공정·친절·적법한 업무 수행은 공무원의 직업적 의무이자 소임이지만, 우리 사회의 일원인 공무원도 한 명의 노동자로서 안전한 근무 환경에서의 근로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민원 처리 담당자 보호 및 지원 조례’가 갖는 의미이고, 이 조례가 담아야 할 내용의 기준이기도 하다.

그런데 실제 지자체별 조례 내용은 적잖은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부산광역시는 피해 발생 사유를 민원인의 위법행위로 하고, 그 위법행위를 ‘민원인이 폭언·폭행, 성희롱 등으로 담당자에게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가하는 행위’로 협의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반면에 안양시는 불법·부당한 행태의 민원 외에도 ‘적법한 민원 처리 결과에 대해 지속적·반복적인 동일·유사한 민원 제기로 고의로 담당자 업무를 방해하는 민원’ 등 정상적인 내용으로 볼 수 없는 민원들을 특이 민원으로서 대응이 필요한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공주시의 경우도 악성 민원과 강성 민원을 구분하고 두 경우 모두 지원이 필요한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물론 이런 조례조차 제정하지 않은 곳도 있고, 조례는 있지만 안전 요원 배치 같은 예산상의 조치가 필요한 사항들을 포함하지 않거나 적용 범위가 협소하거나 현장의 어려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지역의 현실을 살펴보아야 한다. 나는 권리 의식만큼 의무도 숙지한 시민인지, 내가 속한 지자체가 대민 업무 현장을 얼마나 제대로 입법에 반영했는지를. 그리고 그 결과를 지자체에 대한 평가로 가져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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