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청, 전국 첫 외래어 법정동 ‘에코델타동’ 결국 선택
강동동 비롯 에코델타시티 동명
26일 지명위원회 열고 내부 선정
우리말 ‘가람동’과 접전 끝 결정
젊은 명지신도시 이미지에 부합
낯설고 어려운 이름 반발 여론도
행안부 승인까지 논란 이어질 듯
부산 강서구청이 친환경 스마트 신도시를 표방하는 에코델타시티 법정동 명칭을 ‘에코델타동’으로 추진하기로 내부 결론을 내고 후속 절차를 밟기로 했다. 향후 행정안전부 법정동 신설 승인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에코델타동 법정동 추진은 외래어를 법정동 명칭으로 사용하게 되는 전국 첫 사례인 만큼 논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강서구청은 지명위원회를 열어 에코델타시티 법정동 명칭을 ‘에코델타동’으로 선정했다고 26일 밝혔다. 강서구 지명위원회는 구청장과 국장 2명, 구청이 위촉한 주민자치위원장 3명과 언어학계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됐다. 지명위원회 위원장인 김형찬 강서구청장은 이날 외부 일정이 있어 회의에 불참해, 위원 6명이 심사를 진행했다.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에코델타동’과 강의 순우리말인 가람을 담은 ‘가람동’이 막판까지 접전을 벌였다. 구청은 지난 10월 11일부터 11월 30일까지 법정동 선호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주민 선호도가 높은 명칭 8개를 후보군으로 올렸다. 법정동 명칭은 상징성(40점)·대중성(30점)·독창성(30점) 3개 항목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지명위원회 위원 개별 점수를 평균 낸 결과, ‘에코델타동’이 대중성 항목에서 점수가 높아 1위를 기록했다. 젊은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는 명지신도시 이미지와 적합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에코델타시티는 2012년 한국수자원공사와 부산시·부산도시공사가 조성에 나선 ‘친환경 스마트 신도시’다. 미래 지향적인 수변도시 조성을 목표로 한다. 강서구 강동동·명지동·대저2동 일대 11.770㎢ 걸쳐 2028년까지 사업을 진행하며 입주 세대만 3만 세대, 약 7만 6000명이 거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청은 확정된 법정동 명칭에 대해 강서구의회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른 시일 내에 행안부에 법정동 신설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다. 행안부는 인구 규모나 발전 전망, 주민 불편과 여론 수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승인 결정을 내린다. 행안부가 승인하면 지자체는 법정동 설치 조례안을 구의회에 상정한다. 절차를 모두 거치면 구청은 새로운 법정동 명칭을 정해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관리한다.
기존 강동동·명지동·대저2동으로 불리던 지역 가운데 에코델타시티 사업 부지에 해당하는 지역은 전국 첫 외래어 법정동인 에코델타동으로 이름이 바뀌는 것이다.
전국 첫 외래어 법정동 명칭을 둘러싼 진통도 예상된다. 행안부에 따르면 전국 3648개 법정동 중 외래어 명칭은 없다. 특히 외래어에 친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에게는 생소하고 어려운 이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길고 생소한 외국어·외래어 아파트 이름이 많아 부르기 불편하다는 시민 의견이 많아지는 분위기다. 서울시는 시민 불편을 감안해 어려운 외국어 사용 자제하기, 고유지명 활용하기 등을 권고하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 7월 구청이 에코델타시티 법정동 명칭 응모 공고를 냈을 당시 외래어 명칭은 자제해달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외래어가 선정되면서 주민 반발도 있었다. 법정동 신설 승인이 나는 데 수개월이 소요될 예정이라 이 기간 외래어 법정동 명칭이 적절한지 갑론을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해당 지역 특성과 가치를 담은 상징적이고 대표성 있는 명칭인 에코델타동으로 내부적으로 결정했다. 절차를 거쳐 공정하게 선정했다”며 “구의회 의견수렴을 거친 뒤 행안부에 법정동 신설을 요청할 계획이며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절차는 마무리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