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읽기] 자연에서 배우는 디자인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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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 좋다! 1~2 / 박종서


<꼴, 좋다!> 표지. <꼴, 좋다!> 표지.

두께와 가격에 놀라 책을 덮었다. 아무래도 궁금해서 시간 날 때 들춰보니 사진의 품질이 좋고 스케치도 살아있다. 제작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겠다 싶다. 저자인 박종서는 한국의 ‘1세대 자동차 디자이너’다. 우리 힘으로 디자인한 자동차가 없던 시절 한국인 최초로 영국 왕립미술대학원(RCA)에 입학한 뒤 수석으로 졸업했단다. 서울에 있는 중학교에 다닐 당시 53명 중 52등이었다는 고백에 더 구미가 당겼다. 모든 게 어릴 적부터 자연에서 뛰놀면서 자라 자연에서 디자인의 이치를 깨우친 덕분이라고 한다.

곤충들이 지나간 길은 그림이 된다. 나무라는 캔버스 위에서 생물들이 저마다 그림 같은 흔적을 남기며 살아가서다. 시간과 곰팡이의 합작품인 단풍나무의 곰팡이 무늬가 경이롭다. 도깨비풀이 한번 붙으면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번식 때문이다. 더 넓은 지역까지 씨앗을 번식시키기 위해 끝까지 안간힘을 쓴다. 도깨비풀을 쪼개면 바늘 끝이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어 좀처럼 떨어지지 않게 되어 있다. 자연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이가 도깨비풀을 연구해 벨크로(찍찍이)를 만들었다.

저자의 결론은 자연이 먼저이며 그것의 진화와 현상을 추적하고 관찰하면 시행착오의 폭이 좁아지고 슬기로운 답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공자도 일찍이 “세상의 만물은 아름다움을 지녔으나 그것이 아무에게나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책은 모든 사물이 가지는 특이함을 관찰해 낼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미래의 디자인 역시 자연의 이치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자연에서 배우는 일에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박종서 지음/싱긋/500쪽/5만 20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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