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다시 만난 ‘시와 인간’ 동인들
본보 기사 계기 돼 같은 장소서
시에서 ‘인간적인 것’ ‘시대’ 환기
지난 19일 이창희 시인의 시집 출간 소식을 쓴 <부산일보> 기사에 ‘시와 인간’ 동인의 9년 전 ‘동광동 회동’ 사진이 실렸다. 기사가 계기가 돼 이 사진에 등장한 시인 6명 그대로가 지난 26일 부산 중구 동광동에서 다시 모였다. 허철주 류명선 최영철 이창희 박병출 조해훈 시인이 그들이다. 이렇게 함께 다시 모인 것은 딱 9년 만이라고 한다. 김해 한림 ‘쇠실’(금곡)에 사는 박병출 시인은 오전 10시에, 하동 쌍계사 밑에 사는 조해훈 시인은 오전 8시가 좀 지나 집에서 출발했는데 오후 1시 이들은 다 모였다.
박병출 시인은 “우리 동인은 주류파, 비주류파, 개인파로 나뉜다”며 “개인파는 둘인데, 그중 민병태는 25년 전 ‘옹알이’하는 갓난애를 남겨두고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고, 이갑재는 불현 듯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했다.
류명선 시인은 “1980년대 초, 우리 동인이 출범할 때 내세운 명제는 ‘가장 인간적인 것이 가장 시적이며 또한 가장 예술적이다’였다”며 “시에서 인간적인 것을 다시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를테면 이날 모임은 ‘인간적인 것’을 오랜만에 구현이라도 하듯 성사한 셈이다. 이즈음 부산 시단에서는 그 ‘인간적인 것’의 물기, 따뜻함, 가슴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 허철주 시인은 “40년 전 문청 시절 우리는 문학적 허기와 객기로 뜨거웠다”며 “노상 박병출 시인이 운영하던 낭만적 주점에서 취기로 의기투합했다”고 했다. “그런 와중에 어느덧 인간이 투명해지면서 동인들이 ‘맑은 시’를 써더군요.”
이날 이들이 만난 곳은 동광동 화국반점이다. 이곳은 1985년 요산 김정한이 주도한 ‘5·7 문학협의회’가 결성된 장소다. 문학은 시대와 현실, 우리 공동체를 향한 발언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 그 단체의 실천적 명제였다. 이창희 시인은 “요즘 부산 시가 ‘큰 것’에 대한 고민보다는 언어를 너무 비트는 기교 위주로 치우치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동광동 계림 골목, 9년 전처럼 그들이 다시 섰다. 동인들의 어깨와 머릿결 위로 세월의 바람이 스치고 있었다. 글·사진 최학림 기자 theos@
최학림 기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