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이어 불법 차명 거래까지? 금감원 경남은행 ‘철퇴’
전직 지점장, 차명계좌 개설 뒤 주식 투자
사모펀드 200여 건 설명 의무 위반도
BNK금융지주, 잇따른 내부 사고 방지 ‘총력’
3000억원 규모의 직원 횡령 사고로 홍역을 치렀던 BNK경남은행이 이번엔 직원의 불법 차명 거래 정황이 금융당국에 포착됐다. 전직 지점장급 직원이 장모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 차명투자를 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사모펀드를 불완전 판매한 사실도 드러났다. 올해 경남은행과 부산은행에서 잇달아 직원의 비위 사실이 터져나오면서 그룹 차원의 허술한 내부 통제 시스템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직원 불법 차명 거래,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 등으로 경남은행에 대해 ‘기관경고’와 과태료 1억1000만원의 제재를 결정했다. 경남은행 전 지점장 A씨는 2018년 4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자신의 명의가 아닌 장모 명의의 차명 계좌를 개설해 53일 동안 193회의 주식 매매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가 사고판 매매 총액은 2억1000만원(투자 원금 약 4000만원)에 달했다. A씨는 당시 자신이 근무하던 지점에서 장모 명의의 입출금 계좌와 그에 연결된 증권계좌 2건을 무단 개설했다. 주민등록증 사본을 복사한 뒤 오려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장모가 직접 개좌 계설을 요청한 것처럼 꾸민 것으로 전해졌다. 고객 서명란엔 자신의 도장을 찍고 해당 거래로 7차례에 걸쳐 발생한 매매 명세 통지 의무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경남은행은 2019년 3월부터 8월까지 일반 투자자 195명을 상대로 사모펀드 207건(가입금액 376억 3000만 원)을 판매하면서 설명 의무 등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금감원 제재안에는 20% 초과 지분증권에 대한 담보 대출 보고 의무 위반, 전자금융거래 안전성 확보 의무 위반 등의 내용도 담겼다.
올해 들어 BNK금융그룹 경남은행과 부산은행이 내부 비위로 금감원에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9월 금감원은 경남은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관련한 자금을 관리하는 간부가 수천 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했다고 발표했다.BNK경남은행 투자금융부장으로 근무하던 B(51) 씨는 2008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출금전표 등을 위조·행사하는 수법으로 회삿돈 308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최근 구속기소 됐다. 검찰 수사 결과 B 씨와 공범인 한국투자증권 직원 C(52)씨 등은 빼돌린 자금 가운데 2711억 원을 횡령한 PF 대출자금의 원리금을 변제하는 등 ‘대출금 돌려막기’를 하는 데 썼고, 나머지 378억 원은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별개로 최근 부산은행 대출 관련 부서 전·현직 직원 6명이 건설사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검찰과 금융당국의 조사도 진행중이다.
최근 BNK금융그룹은 정기인사에서 본부 부서 근무 5년, 동일 영업점 근무 3년 이상 된 장기근무 직원을 거의 예외 없이 전보 조처하는 등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처음으로 전 그룹사에 윤리경영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