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준비 안 된 ‘연말 특수’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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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액 공제 혜택 받고 답례품까지
연말 정산 앞둔 직장인 입소문
기장군 4배 비롯 이달 기부 급증
기부자 ‘답례품 쇼핑’에 취소 늘어
접속량 감당 못해 홈피 먹통 사례
검증 안 된 답례품 품질 부작용도

27일 오후 3시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가 방문자가 몰린 탓에 접속이 지연되고 있다.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 캡처 27일 오후 3시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가 방문자가 몰린 탓에 접속이 지연되고 있다.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 캡처

올해 첫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가 ‘연말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기부에 동참하면 답례품에 더해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직장인 중심으로 기부가 급증하고 있다. 다만 기부는 늘어나도 답례품 지급 과정에 혼선이 빚어지거나 품질 문제가 지적되기도 한다.

27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 16개 구군별 고향사랑기부제 기부 금액과 건수는 연말정산을 앞두고 급증했다. 부산 지자체 중 기부금액 1위를 기록한 사상구는 전달보다 3배 정도, 기장군은 전달보다 4배 이상 기부액이 모였다. 12월 부산 각 지자체에 모인 기부액이 전체 누적 모금액에서 30% 수준일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부산만 늘어난 게 아니다. 연말을 맞아 고향사랑기부제 모금액은 전국에서 눈에 띄게 증가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1억 원 수준에 그쳤던 일평균 모금액은 이달 초 3억 원, 중순에는 6억 원 정도로 크게 뛰었다.

연말정산이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주민등록등본상 거주지를 제외한 지자체에 기부금을 내면 기부 금액 30% 이내에서 답례품을 제공받는다. 1인당 연간 최대 500만 원까지 기부가 가능하다. 연말정산을 하면 10만 원까지 전액, 10만 원 초과분은 16.5% 세액 공제 혜택을 받는다.

부산 기장군청에서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제공하는 ‘기장 다시마 세트’. 기장군청 제공 부산 기장군청에서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제공하는 ‘기장 다시마 세트’. 기장군청 제공

고향사랑기부제가 세액 공제도 받고 추가 혜택도 받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답례품이 있는 지자체를 찾아 기부하는 직장인이 늘었다. 사상구청 관계자는 “세액 공제 혜택을 받는 직장인 위주로 10만 원 기부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10만 원 기부하면 세액 공제도 되고 3만 원 정도 답례품을 받으니 소액 기부가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기부 참여가 늘면서 ‘취소’ 요청도 잦아져 골머리를 앓는 지자체도 있다. 기부를 하고 답례품도 골랐지만, 다른 지자체 답례품이 마음에 드니 취소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다. 부산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이달 모인 기부 금액과 건수는 1년 중 가장 많은데 늘어난 기부만큼 취소 요청도 덩달아 늘었다”며 “다른 지자체 답례품이 더 좋아 보이니 취소해 달라고 하는데 취소 절차가 복잡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기부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향사랑기부제 온라인 플랫폼 ‘고향사랑e음’은 접속량 증가를 감당하지 못해 툭 하면 오류가 난다. 접속자가 많아져 홈페이지 오류가 생기거나 접속 시간이 길어져 대기하는 일이 잦다. 답례품을 공급하는 업체에서는 주문 내역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아 지자체로 문의하기도 했다.

인천에서는 ‘비계 삼겹살’ 같은 답례품 품질 문제가 불거져 부산 지자체도 품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답례품을 공급하는 업체에 대한 검증 요구가 높아지자 업체 점검에 나서는 등 기부 열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기 위해 대비하는 모습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기부 문화 조성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올 1월 1일부터 시행된 제도다. 기부금은 취약계층 지원, 지역공동체 활성화 등 지자체 주민 복지 사업에 쓰인다. 올해 세액 공제를 위한 기부는 오는 31일 오후 11시 30분 마감된다.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는 마감에 가까울수록 접속이 어려워 기부가 어려워질 수 있으니 29일까지 기부해달라고 당부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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