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임박… 부산 건설업 “남 일 아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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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만 4000억 만기 유동성 위기
경제부총리·한은 총재 등 대책 논의

시공능력 16위 흔들리자 파장 예상
건설·금융권 불똥 튈까 노심초사
지역 업계도 리스크 관리에 주력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것으로 보이면서 건설업계는 물론 금융업계에도 상당한 파장이 우려된다. 부산 수영구 일대 전경. 부산일보DB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것으로 보이면서 건설업계는 물론 금융업계에도 상당한 파장이 우려된다. 부산 수영구 일대 전경. 부산일보DB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이르면 이번주 워크아웃을 신청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시공능력평가 16위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경우 건설업은 물론 금융업으로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부산지역 건설업계도 불씨가 확산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현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이른바 ‘F(Finance)4’ 멤버들은 전날 저녁 회의를 열어 태영건설 워크아웃 가능성과 이에 따른 부동산 PF 현안을 논의했다. 워크아웃은 채권단 75% 이상 동의로 일시적 유동성을 겪는 기업에 만기 연장과 자금 지급 등을 해주는 제도다.

건설업계와 금융업계는 정부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에 앞서 이에 따른 파장과 후속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태영건설도 이날 공시를 통해 “경영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며 워크아웃 신청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달 중순 워크아웃을 강력히 부인했던 것과는 대비된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가능성은 이달 초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부동산 PF 대출 규모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시장 평가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차입금 만기가 대거 돌아오는 28일과 29일을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이달에만 만기가 돌아오는 태영건설의 대출 규모는 40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경제팀 수장들도 긴급회의를 열고 관련 현안을 점검하고 나섰다. 금융당국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경우 즉각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21일 부동산 PF 점검 회의에서 불안 요인이 발생할 경우 즉각 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파장이다. 단순히 태영건설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건설사는 물론 금융권으로 위험이 전이될 수 있는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시공능력 20위 내의 중견 건설사의 워크아웃설은 지역의 중견·중소 업체의 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앞서 이달 초 경남의 중견 건설사인 남명건설이 만기 어음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 남명건설은 시공능력 기준으로 경남 8위, 전국 285위인 업체다.

남명건설 부도 때도 지역 업체들은 ‘남의 일이 아니다’는 분위기였지만, 이번 태영건설 사태엔 더 큰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금융권 PF 대출 잔액은 134조 3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에 비해 4조 원이 더 늘어났다. 연체율은 2.42%로 지난해 말(1.19%)의 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시장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부산의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당장 부도나 워크아웃을 걱정해야 할 정도의 지역 건설사는 없는 걸로 알지만, 모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PF 위기로 흔들리는 건설사들은 여러 사업장에 브릿지론을 걸쳐놓은 곳들인데, 부산의 경우는 여러 군데 사업을 벌려놓을 정도의 업체가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PF 뇌관이 하나 둘 터진다면 해당 건설사는 물론이고 증권사와 저축은행 등으로 피해가 확산할 것”이라며 “이는 건설업계 전반의 위기를 초래하는 상황이라 노심초사하며 리스크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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