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불황 직격탄 부산 ‘나홀로 사장님’ 속속 문 닫는다
부산 고용 없는 1인 자영업자
지난달 24만 9000명 기록
올해에만 3만 명이나 줄어
지난해 동월보다 9.4% 감소
고물가·고금리 소비 위축 탓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A 씨.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 다니던 여행사를 그만두고 지난해 조각 과일을 파는 소포장 과일 가게를 열었다. 인건비라도 아끼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없이 ‘나홀로’ 밤낮으로 일했다. 그러나 물가와 은행 이자까지 오르면서 빚만 쌓여갔다. A 씨는 “임대료는 계속 오르는 데, 고금리에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다”며 “더 이상 돌려 막기 할 곳도 없다”고 말했다. A 씨는 내달 폐업할 예정이다. 서면 지하상가에서 남성복과 액세서리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B 씨의 사정도 비슷하다. B 씨는 “코로나19가 끝나면 경기가 회복될 거라 믿었는데, 평일 매출이 10만 원도 안 되는 날이 많다”며 “가게를 인수할 사람도 못 구해서 그냥 폐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B 씨의 매장 옆으로는 ‘임대’라는 현수막이 걸린 매장들이 곳곳에 늘어서 있다.
벼랑 끝으로 몰린 부산의 ‘나홀로 사장님’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고물가·고금리 등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 팬데믹 시기 ‘먹고살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영업에 뛰어들었던 사람들이 무너지고 있는 것. 특히 자영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가장 취약한 고리인 부산의 ‘고용 없는 나홀로 자영업자’는 1년 만에 3만 명이나 급격하게 줄었다.
27일 동남지방통계청의 ‘부울경 지역 고용동향’ 3년 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산의 자영업자는 2021년 8월 38만 4000명이라는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찍은 뒤 꾸준히 줄어들었다. 지난달 기준 부산의 자영업자는 32만 6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9.1% 줄었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부산에 영향을 미치기 전인 2020년 1월 33만 8000명 보다 더 적은 수다.
‘고용 없는 1인 자영업자’도 마찬가지다. 2021년 8월 한때 29만 2000명까지 늘었던 고용 없는 자영업자는 지난달 기준 24만 9000명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올해 부산의 고용 없는 자영업자는 1년 만에 3만 명이나 줄어들었다.
전국과 비교하면 부산의 고용 없는 자영업자의 감소세는 더 두드러진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달 기준 전국의 고용 없는 자영업자는 426만 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7% 줄어들었다. 같은 시기 부산의 고용 없는 자영업자의 수는 9.4% 감소했다. 울산과 경남과 비교해도 부산이 더 심각하다. 울산의 고용 없는 자영업자 수는 6만 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오히려 8000명 늘어 14.4% 증가했다. 경남의 고용 없는 자영업자 수는 33만 4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만 9000명 줄어 5.4% 감소했다.
실제 부산시·부산경제진흥원 등 기관에서 실시하는 폐업 지원제도에도 소상공인의 신청이 몰리고 있다. 부산경제진흥원 관계자는 “당초 45건 만 지원하려고 했는데, 신청자들이 몰려 65건으로 늘렸다”며 “지난 4월부터 공고를 냈고, 서류 검토 등 절차를 거쳐 이미 상반기에 지원 소상공인 선발을 마쳤다”고 말했다.
이같이 부산의 자영업자들의 타격이 큰 것은 코로나 팬데믹을 맞아 산업 구조가 취약한 부산에서 자영업자가 급격히 늘었다가, 이후 경기 악화로 자영업자가 먼저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 시기에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등으로 억지로 눌러왔던 문제가 불경기가 길어지면서 밑바닥에서부터 터져 나온 셈이다.
부산연구원 이상엽 경제동향분석센터장은 “저금리 대환대출·정부의 각종 정책자금 지원에 팬데믹 시기 갈 곳을 잃은 많은 사람이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부산지역 경제의 뿌리를 이루는 자영업자들의 감소는 지역 경제 전반에 빨간불이 켜진 것과 같은 상황”이라면서 “소상공인 대상 핀포인트 지원, 폐업한 업주들을 위한 사회안전망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