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리딩방서 400억 원 사기… MZ 조폭 등 일당 검거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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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전문가 사칭, 피해자 572명에 달해
부산경찰청, 운영진 8명 등 48명 붙잡아


경찰이 투자리딩방을 운영한 조직폭력배를 검거한 후 차량을 수색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경찰이 투자리딩방을 운영한 조직폭력배를 검거한 후 차량을 수색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불법 유사투자자문 사이트, 일명 투자리딩방을 운영하며 피해자 500여 명으로부터 400여억 원을 가로챈 조직폭력배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28일 투자 전문가를 사칭해 피해자 572명으로부터 모두 410억 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사기 방조 등)로 리딩방 운영진 8명을 구속하고 공범 4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2월부터 10개월간 폭력조직을 매개로 한 허위 투자사이트를 운영하며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투자나 재테크에 관심 있는 이들의 개인정보를 사들여 투자 유인 문자를 보낸 뒤 연락이 온 사람을 단체대화방으로 불러 가짜 투자 성공 사례를 공유하는 수법으로 피해자들을 속였다. 실은 가짜 성공 사례를 올린 이들도 공범이었다.

그런 뒤 관심을 보이는 이들을 1대 1 대화방으로 초대해 “나만 믿고 따라오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속여 투자금을 받아 챙겼다.

이들은 주식이나 가상자산 등에 실제 투자하지 않고 가짜 투자 사이트를 만들어 허위로 부풀려진 수익금이 창에 뜨게 했고, 이를 통해 피해자들을 더욱 믿게 만들었다. 행여 피해자들이 인출을 하려 하면 “아직은 때가 아니다. 다른 투자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만류하는 수법을 썼다.

572명 각각으로부터 뜯어낸 돈은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7억 원에 달한다. 피해자 중에는 주부, 일반 회사원뿐 아니라 의사도 있었다.

투자리딩방을 운영한 87명 중 소위 20~30대 MZ 세대 조폭이 41명이나 됐다. 이 중 7명은 기존 경찰 관리대상 조폭이었지만, 34명은 부산 지역 폭력조직 등에 신규 가입한 조폭으로 확인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들은 총책과 사이트 관리, 회원 모집, 대포통장 모집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사기 행각을 벌였다. 이들은 또 피해자들로부터 뜯어낸 돈으로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등 호화 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에게 계좌 등 명의를 대여한 이들 9명도 이들로부터 평균 2000만 원을 받고 계좌, OTP카드, 공인인증서 등을 양도했다.

경찰은 9개월여의 수사 끝에 조폭들의 사무실과 은거지를 찾아내 대포통장, 대포폰 등을 압수하고 범죄수익금 24억 원 상당을 기소 전 추징보전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연계해 이들 허위 투자사이트 32개도 폐쇄 조치했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또 불법 대부업에 투자한 뒤 수익금 지급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폭행한 A파 두목과 각종 불법행위에 가담한 부산 지역 대표 폭력조직 두목 3명 등도 검거했다.

최해영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계장은 "과거 유흥주점, 성매매, 건설 현장 등 아날로그 방식으로 수익을 좇던 조폭들이 큰 돈을 노릴 수 있는 투자 사기 등으로 이권을 확대하고 있다. 조직폭력배들의 조직 자금원이 되는 기업형, 지능형 범죄 근절에 주력하겠다"면서 "조직폭력배의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신고자의 신분을 철저히 보장하며 신변보호 활동도 병행하고 있으니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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