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와 중2병… 세대 차이인가, 나이 차이인가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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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레이션:세대란 무엇인가 / 진 트웬지

다양한 ‘OO세대’ 대한 보고서
무려 3900만 명 데이터 분석
다른 세대 이해로 소통 밑거름

<제너레이션:세대란 무엇인가> 표지. <제너레이션:세대란 무엇인가> 표지.

‘OO세대’란 실재하는가. 그렇다면, 나는 X세대다. 최초와 마지막이 혼재된 격변의 세대. 어릴 적부터 TV와 함께 자란 최초의 영상 세대이며, 카세트테이프를 듣던 마지막 아날로그 세대이기도 하다. 가부장제 문화 속에서 유년을 보내고, 부권(夫權)상실의 시대에 중년을 살고 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다. 어차피 어느 세대나 젊을 때 윗세대에겐 ‘건방지다’고 욕먹고, 나이 들어 아랫세대에겐 ‘꼰대’라고 욕먹는다. 억울할 건 없다. 마찬가지로 젊을 땐 윗세대를 ‘꼰대’라 욕하고, 나이 들어선 아랫세대를 ‘건방지다’ 욕하니까. 결국 우리가 흔히 ‘세대 차이’라 여기는 것들 대부분이 사실 ‘나이 차이’다. MZ세대가 나이를 먹는다고 X세대가 되진 않지만, 어제의 20대는 오늘의 30대가 되면서 어제의 30대를 닮는다.

그럼에도 ‘세대’는 실재한다. <제너레이션:세대란 무엇인가>는 개념만 있고 실체는 모호하던 다양한 ‘OO세대’에 대해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한다. 사일런트 세대(1925~1945년)에서부터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 X세대(1965~1979년), 밀레니얼 세대(1980~1994년), Z세대(1995~2012년), 알파 세대(2013~2029년)에 이르는 세대 각각의 특징과 그 특징을 낳은 시대적 상황을 상세히 설명한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MZ세대는 ‘밀레니얼+Z’ 세대를 의미한다.

미국의 저명한 사회심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는 각 세대를 설명하기 위해 수십 년간 연구한 자료와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무려 3900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를 활용한다. 지금껏 특정 세대를 소개하는 책은 종종 있었다. 그런데 100년을 아우르는 여러 세대에 대한 장대한 ‘통사(通史)’는, 나는 처음이다. 문득 저자의 세대가 궁금해져 위키페디아를 돌렸다. 1971년 생. X세대다.

흥미로운 데이터 하나만 소개하자. 흔히 젊은 세대일수록 성적으로 더 자유분방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젊은 시절의 X세대보다 Z세대가 성생활에 오히려 소극적이었다. 1989~2021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매년 ‘지난 12개월 간 성관계를 갖지 않은 18~25세의 비율’이라는 조사를 했다. 도대체 누가, 혹은 어떤 기관이 이런 걸 20년이 넘도록 하는가. 그 결과, 남성의 경우 X세대에서 15%에 불과하던 ‘섹스 침체기’ 젊은이는 Z세대에 들어 30%까지 상승한다. 10명 중 3명의 젊은이가 1년간 한 번도 성관계를 갖지 않은 거다. 여성도 10%에서 20%로 뛴다. 저자는 원인을 인터넷의 발달에서 찾는다. 최근 들어 인터넷 성인 콘텐츠를 이용한 자위행위로 손쉽게 성욕을 채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굳이 거친 현실 속 짝짓기 경쟁에 뛰어들 필요가 없다. 함께 병행한 인터뷰 조사에서 이런 심리들이 여실히 드러난다.

다만 미국적 상황이다보니 우리 현실과 다소 괴리됨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과거에서 최근 사례로 넘어올수록 괴리의 정도가 좁아진다. 이제는 전세계가 동시에 거의 유사한 사회·문화적 경험을 하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책은 앞선 세대 이야기보다 요즘 세대 이야기가 더 재미있다. 한국 상황과 좀더 많이 닮아있다. 읽는 동안 “아, 이래서 저놈들은 저렇게 행동하는구나”라며 연신 무릎을 친다. 물론 그또한 경향성일 뿐 획일적 일반화는 좋지 않다. 이러한 세대 구분이 되레 세대 갈등을 조장한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독자가 무릎을 친 횟수만큼이나 다른 세대를 더욱 이해하게 된다. 그러한 이해는 세대간 소통의 밑거름이 될 테다. 진 트웬지 지음/이정민 옮김/매경출판/584쪽/2만 4000원.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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