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은의 문화 캔버스] ‘모두의 미술관’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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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장

현대인들 시각적 정보 지나치게 의존
정신적, 육체적 건강의 불균형 심화
다양한 감각 품는 전시 콘텐츠 개발돼야

최근 많은 문화예술기관들은 무장애 시설 환경개선과 함께 감상 콘텐츠 운영 등을 통해 모두가 함께하는 행복한 공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며,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도 그에 동참하고 있다.


이색적인 판석과 푸른 잔디가 어우러진 클레이아크 미술관 산책로는 시각적으로는 아름답지만, 판석 사이의 유격과 고르지 못한 경사면으로 인해 노약자의 보행 및 휠체어와 유아차 이동 불편이 컸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돔하우스에서 큐빅하우스로 이어지는 약 280m 경사면의 판석 간 유격을 최소화하고 노면을 최대한 평탄화하는 공사를 시행했다. 이를 통해 좀 더 편안하게 모두가 편리하게 미술관 산책로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무장애 전시 감상 콘텐츠 개발과 프로그램 운영도 추진 중이다. 올해 전시 감상을 위한 ‘수어 전시해설’ 영상과 시각장애인용 오디오 가이드를 제작하고 홈페이지와 미술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배포했다. 미디어 콘텐츠 제작과 더불어 시청각 장애인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12월에는 무장애 전시 감상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였고, 내년에는 그것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 농아인연합회와 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를 통해 수요 조사를 진행했으며, 시각장애인 대상으로 먼저 운영했다.

이는 그저 형식적인 시혜성 행사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작품에 대한 좀 더 나은 이해와 즐거운 감상을 끌어낼 수 있도록 참여자 경험을 모니터링하고, 설문조사 등을 분석하여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를 해 나갈 예정이다. 원근, 모양, 질감, 색, 크기와 같은 시각적 정보를 포함한 해설 원고로 도슨트를 운영하는 한편, 만져서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선정해 촉각을 통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체험에는 작품 감상과 함께 시각 이외에 후각을 자극하는 조향 체험(룸 스프레이 만들기)과 촉각을 통한 도자 체험도 병행했다. 내년에는 레플리카(원작의 복제품)를 만져볼 수 있는 감상과 함께 다른 감각들을 환기시키는 프로그램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인들은 오감이라고 부르는 감각 중 시각적 감각에 지나치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살고 있다. 학습과 업무 처리로부터 오락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시각적인 정보와 자극의 크기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사진과 영상,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등의 기술 발전은 이러한 경향을 앞으로 더 가속화할 것이다. 그렇게 될 때, 우리 감각의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것이며, 이는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 양 측면 모두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시각 이외의 감각들을 일깨우고 발달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현대미술에서도 시각 이외의 감각들, 즉 청각에 의존하는 사운드 아트, 촉각적 감각을 활용한 조각 등의 다채로운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은 2021년 ‘시시각각; 잊다있다’라는 전시에서 시각 예술이 지배하는 동시대 예술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비물질 조각의 가능성을 탐구하기 위해 수년에 걸친 기술적 연구를 통해 ‘보이지 않는 조각 시리즈’를 만든 송예슬 작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 전시에는 ‘소리조각’ ‘온기조각’ ‘공기조각’ ‘냄새조각’ ‘생각조각’과 ‘보이지 않는 숲’ 등이 선보였다. 이는 시각에 의존하는 정형화된 기존의 관람 경험을 탈피해 촉각·후각·청각 등 다양한 감각을 통합해 관람할 수 있는 실험적인 뉴미디어 작품이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감각적 인식의 상대성과 다양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앞으로 국공립 공연장과 전시장에서는 매년 1회 이상 장애예술인의 공연과 전시들이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6월 국회를 통과한 ‘문화예술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21일부터 시행되었다. 이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한 국공립 공연장, 전시장 등 총 769개 기관(2022년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 기준)은 연 1회 이상 장애예술인의 정기공연 및 전시를 개최해야 한다. ‘공연법’에 따라 국가와 지자체에 등록한 공연장, ‘박물관 및 미술관법’에 따라 등록한 국공립 미술관이 이에 해당한다. ‘장애인 문화시설 장애인 접근성 실태 조사’에 따르면, 예술인의 문화예술 행사 활동 횟수는 연 29.3회인 반면, 장애예술인의 경우 0.9회로 일반 예술인의 30분의 1에 불과했다.

앞으로도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은 단순한 장애인 프로그램을 뛰어넘어 다양한 감각 경험을 환기하고 발달시키는 작품들을 소개하고, 연계 프로그램들을 개발할 뿐 아니라, 장애예술인 초청 전시 등을 통해 ‘모두의 미술관’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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