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낙·엄궁대교, 주민설명회로 ‘재시동’
철새 보호 논란 2년째 중단
28일 설명회 80여 명 참석
“서부산 출퇴근길 체증 심각”
시 “조속한 사업 위해 노력”
철새도래지 훼손 논란으로 2년째 중단된 장낙대교와 엄궁대교 건설 사업 재추진을 위한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두 사업이 더는 지연되지 않고 순항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부산시는 28일 오후 3시 강서구청 구민홀에서 ‘장낙대교, 엄궁대교 사업계획안’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지역주민 등 80여 명이 참여했다. 모두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장낙대교와 엄궁대교 건설은 높아지는 서부산권 교통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시는 에코델타시티 등 서부산권 대규모 주거 단지가 조성되면 강서구 일대 하루 교통량이 20만 대가 넘어 교통 혼잡이 심각해질 것으로 본다.
이날 주민설명회는 환경영향저감 방안을 중점으로 설명됐다. 시는 두 대교 모두 철새 이동이 방해받지 않도록 지형 여건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교량에 돌출된 구간을 최소화하는 평면교 형식을 적용한다. 시는 장낙대교 사업지 일대 강서구 봉림동 둔치도 약 3만㎡(9100평) 일대 국유지에 대체서식지도 조성할 생각이다. 인근 낙후된 낚시터를 개선해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엄궁대교는 사업지와 인접한 낙동강하구 준설토 적치장을 활용해 고니류가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이 밖에 △서낙동강 강변 철새 서식처와 먹이터 조성 △평강천 맥도강 일대 서식처 조성 △훼손지복구지역 습지 생태공원 조성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 기본구상 및 도시관리계획 결정 용역 등 환경 보전 방안을 제시했다.
일부 강서구 주민들은 환경단체에 대해 날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주민은 “환경단체가 대저대교부터 장낙·엄궁대교까지 강서구 개발을 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도 “지금도 서부산권 출퇴근 시간 엄청 막힌다. 에코델타시티, 가덕도신공항이 들어오면 인구가 더 늘어날텐데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고 밝혔다.
부산 환경단체는 대안 마련을 위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은 이날 성명을 내고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 내에 교량을 계속 건설하면 낙동강하구는 철새도래지로서의 기능, 보호구역의 기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며 “기후위기는 더욱 가속화되고, 불필요한 교량 건설로 인한 예산낭비와 자연파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 모두가 떠안아야 한다”고 밝혔다.
시는 이날 나온 주민 의견을 바탕으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와 문화재현상변경 등 절차를 거쳐 교량 건설 계획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지역주민이 도로 이동 불편이 없도록 만들 것이며 환경적 가치 또한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낙동강유역환경청 등 관계 기관과 원활히 협의해 조속히 사업이 이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