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고, 먹고, 업로드 하고… 기부도 즐기는 MZ세대
인증샷 찍어 SNS에 업로드
러닝 캠페인·반려동물 명의 등
취미와 연계한 기부 문화 확산
키오스크·모바일 플랫폼 통한
간편한 기부 방법이 문턱 낮춰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자)에겐 기부도 놀이가 됐다. 기부를 앞세운 기업 이벤트에 몰려가는가 하면 취미와 연계한 기부에도 적극 동참한다. 반려동물 명의로 기부하는 행사도 MZ세대가 주도한다. 선한 마음을 마음껏 표출하고 즐거움도 함께 찾는 식이다.
기부가 IT 기술 덕에 간편하고 접근하기 쉬워진 점도 MZ세대를 기부 문화에 동참하도록 이끈다. 요즘엔 인스타그램 등 SNS에 해시태그만 달면 소액 기부가 자동으로 이뤄진다. 직원 신분증만 있으면 기부가 가능한 기술도 나왔다. 소액이어서 기부 문턱이 낮아진 것도 MZ세대를 불러모으고 있다.
대학생 이지율(25) 씨는 연말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찍은 사진을 ‘#롯백크리스마스 #리조이스드리머즈2023’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28일 SNS에 업로드했다.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 1건당 기부금 1000원이 적립되는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 씨는 “소액이지만 SNS 업로드만으로 기부가 된다니 쉽고 가벼워 좋다”고 했다.
러닝 같은 취미를 즐기며 기부할 수 있는 행사를 주도하는 것도 MZ세대다. 지난 25일 전국 단위의 ‘2023 산타기부런’ 캠페인에는 MZ세대 동참이 많았다고 한다. 참가비는 2만 원이었다. 12.25km를 달린 후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와 함께 인증샷을 업로드하면 기부로 이어지는 행사였다.
기부 단체나 기업도 MZ세대에 다가서고 있다. 반려동물 명의로 기부하는 이벤트가 대표적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9월부터 모금 프로그램 ‘착한 펫’을 진행하고 있다. 착한 펫은 반려동물 이름으로 월 2만 원 이상 기부하는 방식이다. 착한 펫에도 MZ세대가 몰려들고 있다.
맥도날드는 최근 출시한 새 메뉴 모델로 아이돌 멤버인 NCT 도영을 발탁, 제품 홍보와 기부를 연결시켰다. 제품 단품이나 세트를 구매할 때마다 100원이 기부금으로 적립되도록 한 것이다. 적립 기부금은 한국RMHC에 전달돼 중증 환아와 가족들을 위한 병원 인근의 제2의 집 ‘로날드 맥도날드 하우스’ 운영에 사용된다. 팬들의 동참이 이어졌고, SNS에서는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K팝 팬 김지원(27) 씨는 “팬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기업도 착한 캠페인을 계속하는 선순환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쉬워진 기부 방법도 MZ세대에겐 기부 문턱을 낮추는 계기가 된다. 키오스크(무인단말기)는 일종의 모금 플랫폼 역할을 한다. 부산시사직종합사회복지관은 9월부터 키오스크를 활용한 후원금 모금을 시작했다. 동래구도 청사 1층에 키오스크를 설치해 기부자들이 안내화면에 따라 후원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그룹도 ‘나눔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회사 신분증만으로 기부가 가능하다. 부산 강서구에 위치한 삼성전기의 경우, 직원들이 늘 찾는 구내식당과 교육장 등에 키오스크를 설치해 상시 모금이 이뤄지고 있다. 모금액은 전액 아동 지원에 쓰인다. 부산사업장 참여율은 87%에 달한다.
MZ세대들은 모바일 기부 플랫폼도 적극 이용한다. 은행이나 주민센터를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BNK부산은행 앱에 모바일 기부 시스템인 ‘희망나눔캠페인 모바일 모금함’을 운영한다. 모바일 앱에 접속하면 간편히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 사랑의열매 이수진 과장은 “젊은 층이 나눔에 관심을 갖고 각자 기부를 즐기는 문화가 형성된 것 같아 반갑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