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직 사퇴·비대위 거부”… 분당 수순 밟는 민주당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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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낙 회동’서 입장차 확인 뒤 헤어져
이낙연 신당 이르면 3일 창당 가능성
‘원칙과 상식’ 의원들 선택지 좁아져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도 선택 기로에
이재명, 문 전 대통령 찾아 친문 공략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달 30일 전격 회동해 갈등 봉합을 시도했지만 불발됐다. 두 사람이 함박눈이 내리는 이날 서울 중구의 한 식당으로 들어가는 모습.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달 30일 전격 회동해 갈등 봉합을 시도했지만 불발됐다. 두 사람이 함박눈이 내리는 이날 서울 중구의 한 식당으로 들어가는 모습.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분당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사퇴·비상대책위원회’ 거부가 신호탄이 됐다. ‘이낙연 신당’은 이르면 3일 출범 가능성이 제기된다. 비명(비이재명)계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도 탈당이나 불출마 이외에 선택지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이낙연 전 대표와의 회동에서 ‘대표직 사퇴 및 통합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요구를 거부했다. 이 대표는 “당은 기존 시스템이 있다”면서 “당원과 국민의 의사가 있어서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퇴나 비대위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 대표에게 변화의 의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변화의 의지를 이 대표로부터 확인하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1일 신년인사회를 가진 뒤 곧바로 신당 창당에 대한 일정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선 빠르면 3일 창당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말’을 시한으로 이 대표에게 ‘통합 비대위’ 출범을 요구했던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도 ‘결단’에 내몰리게 됐다.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은 그동안 탈당이나 신당 합류 등 ‘거취’ 문제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당의 ‘변화’가 우선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 대표가 통합 비대위 출범을 공식 거부하면서 정치적 결단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들의 선택과 관련해선 탈당과 신당 참여, 불출마 등이 거론된다. ‘원칙과 상식’ 의원들은 이와 관련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함께 행동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의 사퇴 거부로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도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두 전 총리는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을 비판했지만 이 대표에게도 ‘쇄신’을 요구해왔다. 특히 정 전 총리는 ‘현애살수’(절벽에서 잡은 손을 놓는다)를 언급하며 이 대표의 결단을 요구했다. 김 전 총리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이낙연 포용’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런 요구사항에 대해 일체 수용을 거부했다. 두 전 총리에게는 이 전 대표처럼 강경하게 대응하거나 2선으로 물러나 ‘총선 이후’를 대비하는 선택지만 남게 됐다. 이와 관련 당내 ‘공천 갈등’의 심화 여부가 두 전 총리의 선택을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퇴를 거부하고 정면 돌파를 선택한 이 대표는 당의 화합을 위해 친문(친문재인)계를 공략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이 대표는 2일 양산을 찾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 출신 ‘세 총리(이낙연·정세균·김부겸)’의 ‘결단’ 요구를 거부한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을 직접 공략하는 셈이다. 이 대표는 1일에는 국립서울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방문한 뒤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내려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도 참배할 예정이다. 당의 ‘정통성’이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강성 친명계가 그동안 다수 친문계를 ‘수박(배신자)’으로 분류한 사실을 감안하면 이 대표의 ‘친문계 공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내에선 친명계 원외 인사들의 친문계 현역 의원에 대한 ‘자객 출마’도 이어지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이 2016년 당시 민주당 내부 갈등 상황에서 공천권을 내려놓고 당 대표직에서 사퇴하는 ‘결단’을 내린 것도 이 대표에게는 부담이다. 문 전 대통령은 2016년 총선을 앞둔 1월 ‘김종인 선대위’에 전권을 위임하고 사퇴했다. 문 전 대통령은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당에 가장 보탬이 되는 선택”이라며 “제가 그동안 지키고자 했던 것은 대표직이 아니라 원칙과 약속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계파 공천과 밀실 공천이 불가능한 공정한 공천 절차를 마련했고,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렸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의 2016년 대표직 사퇴는 이 대표의 ‘사퇴 거부’와 대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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