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작심삼일과 총선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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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의 해’가 밝았다. 새해 들어 누구나 한두 개쯤은 새로운 다짐을 하고, 다이어리나 스마트폰 메모장, SNS에 적기도 한다. 헬스클럽 다니기, 독서하기, 부모님께 자주 전화하기 등 자신에 꼭 필요한 것 위주다. 올해는 지난해와는 달리 모두 이룰 것이라고 스스로와 약속한다. 하지만, 바위처럼 굳은 결심이라도 흐지부지되기 일쑤다. 매년 반복되는 풍경이다.

오죽했으면 ‘작심삼일(作心三日)’이란 말이 생길 정도이다. 자신의 습관에서 벗어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다. 원래 맹자의 ‘호변장’에 나오는 작심은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는 뜻이다. 작심삼일의 뜻도 ‘사흘을 두고 생각한 끝에 비로소 결정한다’는 신중함을 의미했다. 그러나 고려 말기 정치적인 혼란 속에서 법령이 수시로 바뀌는 것을 빗댄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과 어우러지면서, 결심이 흐지부지되는 부정적인 의미로 변질됐다고 한다.

새해 계획이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처음 결심한 일을 지켜내지 못하는 것은 잡념에 마음이 끌리는 까닭”이라고 말했다. 뇌과학자들은 인간의 뇌는 변화하려는 속성과 변화를 회피하려는 속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고, 변화를 시도하면 뇌에서 회피 반응이 일어난다고 한다. 그 간극을 메우고 습관을 바꾸는 방법을 알아내야 결심한 계획을 이룰 수 있다고 진단한다.

올해 4·10 총선이 불과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정당과 예비 정치인들은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새해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민생을 살피고, 국민의 목소리만 듣겠다’라는 각오다. 여기다 예비 정치인들의 출사표까지 나오면서, 새해 첫 약속은 거창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대선 승리 이후 1년 반 동안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까지 세 번째 비대위 체제를 꾸렸다. 매번 비상이라며 남발했던 국민과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결과이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이어 분당 위기까지 내몰린 더불어민주당의 내부 사정도 도긴개긴이다.

중요한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어떡하면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지속력이다. 정치인의 작심삼일에는 국민의 눈을 속이려는 고의성이 숨어 있다. 지켜지지 않을 말의 성찬만 난무하면 국가도, 국민도 불행해진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민생 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정치, 상생하는 정치이다. 2024년 대한민국 정치가 과연 국민과의 약속을 지속할 것인가. 민심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병철 논설위원 peter@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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