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수출 7.4% 줄었지만 반등 기미… 새해 수출 '청신호'
고금리·중국 경기 침체 탓
무역적자 99억 달러 기록
대미 수출, 21년 만에 1위
전기차·SUV 판매호조 주효
2023년 12월 우리나라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5.1% 증가해 월별 수출 증가세가 3개월째 이어졌다. 특히 12월 수출액은 2022년 7월 이후 17개월 만에 최대 금액이며 반도체 수출은 다시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2023년 한 해 전체로 살펴보면 수출은 7.4% 줄었다. 1월부터 9월까지는 수출실적이 계속 마이너스였기 때문이다.
■12월 수출 완연한 회복세
1일 관세청과 산업부에 따르면 12월 수출은 5.1% 증가한 576억 5800만 달러, 수입은 10.8% 감소한 531억 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44억 7800만 달러 흑자를 나타나냈다. 지난해 6월부터 7개월 연속 흑자다.
특히 12월 수출은 조업일수가 2022년 12월 조업일수보다 이틀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증가세를 나타냈는데, 조업일수를 감안하면 수출이 14.5% 증가한 것으로 나왔다.
12월에는 우리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21.8%) 수출이 올해 최대 실적인 100억 달러를 돌파해 110억 달러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 중인 자동차(+17.9%) 수출은 18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우리 수출이 12월에는 올 들어서 △최대 수출 △최대폭 무역수지 흑자 △반도체 수출 최고치 등 ‘트리플 신기록’을 달성하며 2024년 수출 우상향 모멘텀이 더욱 확고해졌다”고 평가했다.
■2023년 한 해 수출은 7.4% 감소
한편 2023년 연간 수출은 7.4% 감소한 6326억 9000만 달러, 수입은 12.1% 감소한 6426억 7000만 달러로, 무역수지는 99억 7000만 달러 적자다.
2023년 수출은 글로벌 고금리, 중국 경기회복 지연 등 대외여건이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자동차 수출 호조세 △일반기계·선박 2분기 이후 플러스 전환 △반도체 수출의 점진적 회복 등에 따라 1분기 저점 이후 개선되는 모습을 나타내면서 10월에 수출실적이 증가세로 전환됐다.
무역수지는 6월에 흑자 전환됐고 하반기에는 163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수출이 비교적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흔들리는 반도체 대신 자동차가 버팀목이 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출이 ‘상저하고’의 흐름을 나타내면서 2024년 새해 수출은 ‘청신호’를 나타내고 있다.
■대미 수출 약진, 대중 수출 약화
2023년 12월 수출을 살펴보면, 20여 년 만에 월간 대미 수출이 대중 수출을 앞질렀다. 전기차와 이차전지 등 대미 수출이 강한 활기를 띤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12월 대미 수출은 113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미국이 2003년 6월 이후 20여년 만에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 지위를 회복했다.
반면 대중 수출은 109억 달러로 1년전보다 2.9% 감소했다.
2023년 연간 단위로도 수출 비중에서 중국(19.7%)과 미국(18.3%)은 2003년 이후 최소인 1.4%포인트(P)로 좁혀졌다. 2020년까지만 해도 중국과 미국의 비중 차이는 11%P 이상이었다. 무역판도가 바뀌는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한중 수교가 이뤄진 1992년 이후 31년 만에 대중 무역수지는 처음 적자다. 적자 규모도 180억 달러로, 원유를 수입해오는 사우디를 제외하면 사실상 최대 적자국이 됐다.
그러나 대미 수출은 자동차가 호황을 이끌었다. 전기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판매 호조로 지난해 1~11월 대미 자동차 수출은 288억 달러로 44.2% 급증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시행됐지만 상용 리스 채널 판매 길을 뚫었다. 상용 리스는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또 북미에 진출한 이차전지 업체들이 현지 공장 가동을 본격화해 양극재 등 이차전지 소재 수출이 급증했다.
반면 대중 수출은 중국의 산업 고도화로 인한 제조업 경쟁력 향상 등으로 수출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또 한국이 이차전지를 만들기 위해 중국에서 리튬 전구체 등 핵심 소재를 절대적으로 중국 기업에 의존하는 것도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구조가 굳어짐에 따라 중국이 우리나라의 최대 흑자국에서 최대 적자국으로 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