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소비, 20년 만에 마이너스 '꽁꽁 닫힌 지갑'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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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1월 소매판매 1.4%↓
외식 포함 땐 감소세 '역대 최장'
소득 늘어도 물가상승률 더 높아

2023년 1~11월 소매판매액 지수가 20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매판매란 사람들이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각종 상품을 소비하는 것을 말하는데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고물가와 고금리로 지난해 소비가 그만큼 안 좋았다는 뜻이다. 수출은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데 내수 소비가 회복되려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소매판매액 지수는 106.6으로 1년 전보다 1.4% 감소했다. 지난해 1~11월 평균을 전년 동기와 비교한 것이다.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3년(-3.1%) 이후 처음이다.

상품을 준내구재 비내구재 내구재로 나눠서 살펴보면 의복, 신발·가방 등 준내구재가 2.3% 줄었다. 2020년(-12.0%)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주로 1년 미만 사용되는 음식료품·차량연료·화장품 등 비내구재도 1.7% 줄었다. 감소 폭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1998년 9.1% 줄어든 이래 가장 컸다.

1년 이상 쓸 수 있는 고가 상품인 승용차 등 내구재는 0.1% 늘었다. 그러나 2020년(11.6%)과 2021년(6.7%)과 비교하면 매우 저조하다.

소매판매액은 개인 및 소비용 상품을 일반 대중에게 판매하는 약 2700개 표본 사업체를 조사해 산정된다. 3%를 넘는 고물가에 높은 금리로 가계 소비 여력이 줄면서 상품소비가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11월 펴낸 경제전망에서 “민간소비는 고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 상품소비를 중심으로 증가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소비심리도 다소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여행 등의 서비스로 소비가 일부 옮겨갔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서비스업 생산의 경우 지난해 1~11월 전년 동기 대비 3.1% 늘었다. 증가 폭은 2021년(4.7%)과 2022년(6.8%)보다는 둔화했다. 서비스업이란 음식·숙박 도소매 창고·운수 학원 여행 등을 말한다.

이런 가운데 2023년 1~11월 건설 수주는 1년 전보다 26.4% 급감했다. 1~11월 기준으로 건설 수주액이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2018년(-0.6%)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감소 폭으로는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42.1%) 이후 25년 만의 최대폭이다.

2022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달한다. 제조업과 서비스 기반이 약한 비수도권일수록 건설투자의 비중은 커진다. 고용 측면에서도 일용직 근로자 가운데 건설업 종사자가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앞으로 민간 소비는 양호한 고용 사정과 가계소득 증가에 힘입어 점차 회복되겠으나 고금리 영향으로 회복세는 당초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고 밝혔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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