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사키 기자의 눈] 개성 톡톡 ‘커피 도시’ 부산… 성장 가능성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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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사키 사야카 서일본신문 기자

한국에 살기 시작하면서 좋아하게 된 음료가 있다. 바로 커피다. 예전에는 특유의 쓴맛과 신맛이 싫어 설탕이나 우유를 넣어도 마시기 힘들 정도여서 취재처에서 커피를 받을 때면 곤란했다.

평생 좋아할 일이 없을 줄 알았지만 이제는 매일같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오늘은 어느 카페를 갈까’ 하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즐겁다.

이러한 음식 기호의 변화는 틀림없이 한국 커피 문화의 영향이다. 부산에 왔을 때 10여m마다 늘어서 있는 카페들을 보고 적지않게 놀랐다. 점심 식사 후에는 반드시 카페에 가 커피를 사서 직장으로 돌아가는 습관도 신선했다. 이제는 식후에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어딘가 모를 씁쓸함을 느낄 정도로 한국 커피문화에 푹 빠져 있다.

한국 관세청 발표에 따르면 2022년 원두 수입량이 전년 대비 9.5% 증가한 20만t을 기록했다. 카페 점포수도 증가 경향을 보였으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의하면 2022년말 기준 커피·음료점의 점포수는 전년말 대비 17.4%증가한 약 9만 9000점이라고 한다.

한편 전일본커피협회 등의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원두 수입량은 최근 40만t 내외로 추계됐다. 더불어 소비량도 거의 제자리걸음을 보였지만 찻집수는 1981년 약 15만 5000개를 정점으로 2021년에는 약 5만 9000개까지 줄었다. 한국 인구가 일본의 절반 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 커피산업의 성장세를 알 수 있다.

어째서 한국에는 이러한 카페 문화가 뿌리내렸을까. 부산일보 동료 기자에게 묻자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공부할 수 있는 카페가 집을 대신하는 공간이 된 것 같다”고 알려줬다. 동시에 가게들이 커피 맛을 겨루게 되면서 품질도 올랐다고 한다.

얼마 전 카페를 통한 부산 영도의 지역 활성화에 대해 취재했다. 4년 정도 전부터 카페가 늘어나기 시작해 약 14만㎡의 섬에 현재는 200개가 넘는 가게가 있다고 한다.

과거 조선업으로 번성했던 섬의 변모에 놀람과 동시에 카페가 포화 상태가 되면서 경영이 잘 이뤄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실제로 섬을 걷다 보면 목욕탕이나 공장이었던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해 독특한 분위기가 있는 점포가 많아 ‘저 가게도 이 가게도’라며 모든 가게를 방문해보고 싶어졌다. 이러한 개성이 관광객들을 사로잡고 오히려 영도에 재방문하게 하는 동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시 전체에서 커피 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부산. 내년에는 세계 최고의 바리스타를 가리는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개최도 예정돼 있다. 일본에서는 ‘부산=커피’라는 인식이 아직은 희박하지만 앞으로 어떤 움직임이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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