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용두산 미디어 파크
‘용두산아 용두산아 너만은 변치 말자/ 한 발 올려 맹세하고 두 발 디뎌 언약하던/ 한 계단 두 계단 일백구십사 계단에/ 사랑 심어 다져 놓은 그 사람은 어데 갔나.’ 1950년대 피란민들의 애환을 담은 노래 ‘용두산 엘레지’의 가사 중 일부다. 트로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불러봤을 노래다.
부산 중구 광복동 용두산은 ‘용두산 엘레지’가 처음 불렸을 때는 애환의 장소였지만, 지금은 부산의 근현대를 상징하는 대표적 공간이다. 부산 시민에겐 무엇보다 추억의 장소다. 부산 사람이라면 꽃시계 앞에서 부산탑과 이순신 장군 동상을 배경으로 찍은 추억의 사진 한 장쯤은 사진첩 어딘가에 끼워져 있을 정도다.
용두산은 높이 50m, 면적 6만 6000㎡가량의 작은 산이지만 그 기운은 힘차다. 이 산이 용두산이라 불리게 된 것은 산세가 마치 용이 머리를 들고 바다를 건너보는 듯한 모습을 한 데서 비롯되었다. 백두대간의 흐름이 바다를 향해 멈추어 선 육지 끝 산등성이가 바로 용두산이다. 조선시대엔 용두산 인근에 초량왜관이 들어서는데, 이때부터 산 주변에 일본인들이 거주하게 된다. 일제강점기엔 용두산에 일본 신사가 있었다. 이후 일본은 용두산 중턱에 있던 신사를 정상으로 옮기고, 용두산 일대를 공원으로 지정했다. 해방이 되던 해, 일본 신사는 부산의 열혈남아 민영석에 의해 불타고 만다. 1954년 12월엔 피란민 판잣집으로 발 디딜 틈 없던 용두산 판자촌에서 큰불이 나 용두산은 민둥산이 되고 만다.
용두산공원에는 부산타워, 시민의 종 등 조형물이 즐비하다. 높이 120m에 이르는 부산타워는 1973년, 용두산 시계탑 옆 시민의 종은 1997년에 각각 건립됐다. 시민의 종은 해마다 연말이면 타종한다. 갑진년 ‘용의 해’ 출발을 알리는 ‘2024 새해맞이 타종 행사’도 지난달 31일 밤 용두산공원에서 열렸다.
부산시가 새해부터 용두산공원을 ‘용두산 미디어 파크’로 새롭게 꾸며 선보인다고 1일 밝혔다. 이에 ‘메타버스’ ‘미디어파사드’ ‘인공지능(AI) 캐릭터 안내 서비스’ 등의 연구개발(R&D) 기술이 활용된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게 됐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부산의 대표 관광지인 용두산공원이 새로운 트렌드에 맞는 콘텐츠를 채워 나가는 모습이 반갑다. 이는 용두산공원을 부산의 미래 자산으로 키워나간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관광 경쟁력을 높이고, 더불어 원도심 야간 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