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구름 뚫고 솟은 첫 해처럼… 모든 역경 이겨냅시다”
해운대·광안리·다대포 해변 등
부산 일출 명소에 10만 명 몰려
사진 찍으며 건강한 한 해 기원
“함께한 모두 행복하길” 덕담도
경찰·지자체는 안전요원 배치
기다림 끝에 첫 해가 떴다. 두꺼운 구름 위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저마다 소원을 빈 시민들은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를 기원했다.
1일 오전 7시 52분 부산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해수욕장. 2024년 첫 햇살이 푸른 바다에 내리쬐기 시작했다. 구름에 숨은 해는 일출 시간보다 20분 늦게 모습을 드러냈다. 미포항 쪽에서 해가 올라오자 여기저기서 “파이팅” 소리와 함께 덕담이 오갔다.
백사장과 산책로는 해맞이객으로 붐볐다. 두꺼운 옷을 입은 아이들이 모래 위를 뛰어다녔고, 가족과 연인이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겼다. 반려견을 품에 안고 새해를 만끽했고, 커피를 들고 백사장에 앉아 떠오르는 해에 집중했다.
경기도 안산시에서 일출을 보러 온 박미연(37) 씨는 “두꺼운 구름을 뚫고 올라온 해를 보고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한 해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며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밝혔다. 일출을 보며 손뼉을 친 해운대구 주민 최 모(68) 씨는 “구름이 방해해도 해는 결국 떠올랐다”며 “올해 부산도 새로운 일을 해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서부산 일출 명소로 소문난 사하구 다대포 동측 해안도 일출을 보러 온 방문객으로 북적였다. 해안에 모인 시민들은 핫팩이나 뜨거운 국물이 담긴 종이컵을 손에 들고 있었다. 이날 오전 7시 48분에 구름 위로 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손하트로 떠오르는 해를 담아 사진을 찍거나 두 손을 꼭 쥐고 새해 소망을 빌었다.
10년째 부산 곳곳에서 새해 일출 사진을 찍었다는 김 모(50) 씨는 “우연한 기회로 10년 전 일출 사진을 처음 찍었는데 한 해를 기분 좋게 시작하는 뜻깊은 일로 다가왔다”며 “이제는 연례행사처럼 새해 일출을 담는다”고 했다. 그는 “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올해를 보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서로 덕담을 나누는 훈훈한 모습도 연출됐다. 한 20대 청년이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행복하게 해 달라”고 외치자 해맞이객들은 “고맙다”고 화답해 훈훈한 분위기가 됐다.
부산경찰청은 이날 오전 7시 30분 기준 부산 전역 해맞이 장소 24곳에 10만여 명이 몰렸다고 밝혔다. 해운대해수욕장 등 4곳에 3만여 명, 광안리해수욕장 등 3곳에 3만 4000여 명, 용궁사 등 4곳에 2만여 명, 다대포해수욕장 일대 7000여 명, 송도해수욕장 일대 5000여 명이 방문한 것으로 추산됐다.
경찰은 주요 해맞이 행사장 상공에 헬기를 띄워 인파가 밀집한 곳을 점검했다. 부산 기초자치단체도 현장에 안전요원을 배치했다.
일출을 보러 산에 오른 한 등산객이 부상을 입어 소방당국이 구조에 나선 일도 있었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1일 오전 8시 6분 부산 강서구 연대봉 정상 50m 아래에서 50대 등산객 A 씨가 다쳤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하산 도중 얼어있던 땅에서 미끄러진 A 씨는 왼쪽 다리가 골절됐다. 소방당국은 헬기를 투입해 이동이 불편한 A 씨를 병원으로 옮겼다.
이우영·나웅기 기자 verdad@busan.com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