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도시 향한 ‘부산 대개조’ 서막 올랐다 [리뉴얼 부산]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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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청년 유출·고령화 유발
낡은 시스템 싹 바꾸는 시작점
글로벌 허브도시 초석 다지고
가덕신공항·북항 재개발 등 추진
디지털 중심 성장동력 발굴해야

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1일 오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구름을 뚫고 해가 떠오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1일 오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구름을 뚫고 해가 떠오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리뉴얼(renewal). 기존의 것을 새롭게 한다는 뜻이다. IT 업계에서는 기존의 시스템이 운영 유지 보수로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혔을 때 새로운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구축하는 ‘리뉴얼’을 단행한다.

부산은 저출생, 청년 유출, 초고령화로 인구 균형이 깨지고, 주류 산업마저 쇠퇴하면서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다. 2020년 10월 깨지지 않을 것 같던 인구 340만 명 선이 무너지더니 2년 만인 2022년 11월 330만 명 선마저 속절없이 붕괴됐다. 지방소멸의 시계 바늘은 점점 더 빨리 돌아간다.

부산은 기존의 낡은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존속할 수 없는 도시가 됐다. 제도를 일부 손질하고 고만고만한 인프라를 몇 개 더 놓는 것으로는 절대 이 흐름을 바꿀 수 없다.

지난해 2030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부산 시민과 각계각층이 온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 부은 것도 대한민국의 변방이 아닌 동북아 중심도시로 부산을 리뉴얼하겠다는 절실한 소망이 반영된 것이다. 이는 단순히 부산만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하루하루 만원 도시철도 속에서 질식하고 있는 수도권 시민의 삶에 숨통을 내는 일이다. 넓게 보면 사람, 자원, 국가 역량을 모조리 몰아주며 수도권 일극 체계로 지탱해온 대한민국의 낡은 국가시스템을 뿌리부터 뜯어 고치는 것이기도 하다.

올해는 부산 리뉴얼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앞으로의 부산 100년을 좌우할 도시 그랜드 디자인을 완성해나가야 한다. 여러 조건들이 맞아떨어지는 최고의 호기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올해는 부산이 글로벌 허브도시로 도약하는 초석을 다지는 해다. 윤석열 대통령은 부산을 남부권 경제, 산업, 교육, 관광의 혁신적 성장거점으로 조성해 수도권과 함께 대한민국의 양대 성장 축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각종 규제 완화와 특례 적용을 골자로 하는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의 얼개가 올해 완성된다. 부산은 세계 2위의 환적항만을 가진 물류도시이면서 국제금융, 디지털 신산업, 관광도시로서 충분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파격적인 지원과 특례가 적용되면 싱가포르나 홍콩처럼 사람과 기업, 자금이 함께 몰리는 국제적인 비즈니스·관광도시로 변모할 수 있다.

부산을 움직이는 도시 운영체계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것으로, 제2의 개항에 비견될 만하다. 150년 전의 개항이 외세의 압력에 밀려 억지로 열린 것이라면, 제2의 개항은 우리가 세계 중심으로 나아가기 위해 스스로 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 세계에서 사람과 물자가 막힘없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여객·물류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확충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부산의 숙원인 가덕신공항 개항이 바로 그것이다. 올해는 총사업비 13조 4900억 원의 가덕신공항 건설의 대역사가 시작된다. 건설 업무를 전담할 가덕신공항건설공단도 오는 4월 출범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9일 기본계획 고시를 통해 대형 화물기가 뜨고 내리고, 24시간 운영 가능한 안전한 스마트 국제공항을 2029년 12월 개항한다고 못 박았다.

명실상부한 글로벌 허브도시로 도약하려면 북항 재개발과 산업은행 이전도 속도를 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할 수 없는 핵심 현안들이다.

올해는 완전한 엔데믹을 맞아 부산을 찾는 외국인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엑스포 유치 과정을 통해 급상승한 도시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한국의 여름수도’이자 ‘글로벌 관광도시 부산’으로 우뚝 서야 한다. 올해 부산 관광객 200만 명 시대를 열어젖히고, 복합리조트 건립과 에어부산 분리매각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부산관광의 저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

청년들이 떠나는 도시가 아니라 몰려오는 도시가 되려면 새 성장동력을 발굴해 산업 엔진을 뜨겁게 달궈야 한다. ICT(정보통신기술), 금융·블록체인, 전기차, 양자컴퓨터, 바이오 등 고부가 디지털·친환경 중심으로 부산의 산업지도를 재편하는 것이 필수다. 챗GPT가 쏘아올린 AI(인공지능) 혁명의 전초기지가 될 에코델타시티 내 친환경 데이터센터 집적단지가 부산을 디지털도시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채비에 들어간다.

옛 사람들은 잉어가 급류를 타고 세찬 계곡을 올라가면 용으로 변해 하늘로 오른다고 생각했다. 청룡의 해인 2024년, 도시 리뉴얼을 통해 글로벌 중심으로 용솟음치려는 부산의 힘찬 도전이 시작됐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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