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치기 극성 유럽…넋 놓고 있다간 “어~ 내 지갑” [트래블 tip톡] ⑤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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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 불문 조직적으로 활동
소란 일으켜 주의 산만할 때 범행
등 뒤로 접근 몰래 배낭 뒤지기도

옷 안쪽에 홀쭉한 전대 착용 권장
낯선 사람 접근 시 거리 두고 대화
한 곳에 오래 서 있으면 범행 대상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우리나라와 달리 ‘소매치기 주의’라고 적힌 간판을 곳곳에서 보게 된다. 이런 글을 발견하면 괜히 몸이 움츠러들거나 호주머니, 가방을 한 번 더 챙기게 된다. 이런 간판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소매치기가 잦다는 뜻이다. 여행길에 소매치기를 당하면 경비를 잃어버리는 불편에다가 범죄 피해자가 됐다는 생각에 심리적 부담을 느끼게 된다.

소매치기를 예방하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의 조언과 여행 경험자들의 충고에 따르면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물건을 잘 건사하는 것이다. 그리고 소매치기 범행 수법을 숙지하는 것이다.

유럽의 한 여행지에 소매치기를 경고하는 간판이 붙어 있다. 픽사베이 유럽의 한 여행지에 소매치기를 경고하는 간판이 붙어 있다. 픽사베이

■소매치기는 ‘팀 스포츠’

영국의 여행보험사인 쿼터존이 지난해 각종 여행 사이트 댓글에서 소매치기 피해 사례를 모아 발표한 ‘유럽의 소매치기 지수’ 관련 기사가 보도되자 피해자 댓글이 수없이 달렸다. 이들이 입을 모아 경고하는 것은 “소매치기는 대부분 조직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여러 명이 여행객 주변을 에워싸 소란을 일으켜 주의를 산만하게 하고 지갑을 터는 방식이다.

‘모스’라는 네티즌은 영국 런던 벼룩시장에서 발생한 소매치기 피해를 잊지 못한다. 그가 수공예품 좌판에서 주인 설명에 귀를 기울인 사이 남자 네댓 명이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이리저리 ‘모스’의 몸을 부딪치면서 시끄럽게 떠들더니 곧 가버렸다. 이상한 생각이 든 그가 호주머니를 만져보았지만 200유로가 든 지갑이 사라진 뒤였다.

미국인 ‘카렌 테디’ 씨는 이탈리아 밀라노 두오모 성당을 둘러보던 중 소매치기를 당했다. 성당 곳곳을 살필 때 어린이 서너 명이 주변을 에워싸고 어슬렁거렸다. 그중 한 명이 옆으로 다가오더니 몸을 툭 부딪쳤다. 모든 일이 벌어진 시간은 불과 4~5초 정도였다. 어린이들이 사라진 뒤 이상한 느낌이 든 그녀는 호주머니를 만져보았다. 바지 앞 호주머니에 넣어둔 지갑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쿼터존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소매치기는 팀 스포츠다. 팀원은 남녀노소를 불문한다. 여성, 어린이도 많다. 성인이든 어린이든 여러 명이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면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사람이 많은 곳에는 소매치기도 많다. 이탈리아 로마의 스페인 광장. 남태우 기자 사람이 많은 곳에는 소매치기도 많다. 이탈리아 로마의 스페인 광장. 남태우 기자

■등 뒤를 조심하라

소매치기는 시선을 팔린 여행객의 등 뒤를 노린다. 혼자 조용히 등 뒤로 다가와 지갑을 훔치기도 하고, 일행이 앞쪽에서 소란을 피워 시선을 빼앗고는 등 뒤에서 가방이나 호주머니를 뒤지는 수법을 쓰기도 한다.

미국인 ‘그렉’ 씨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기차역에서 바르셀로나행 열차를 기다리던 중 소매치기를 당했다. 여행용 가방을 끌고 승강기를 타려고 대기하고 있을 때 젊은 여성이 등 뒤로 다가왔다. 그가 승강기에 올라타자 여성은 탑승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그렉’ 씨는 ‘아차’ 하며 반바지 호주머니를 살폈다. 지갑은 이미 여성의 손아귀에 넘어가 버린 뒤였다.

네티즌 T 씨는 배낭을 메고 프랑스 파리 에펠탑 인근 공원을 걷던 도중 젊은 여성 3명이 양산을 쓴 채 뒤에서 따라오는 걸 알게 됐다. 잠시 후 등을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어 몸을 돌리자 여성들이 그의 배낭을 푸는 중이었다. 양산은 주변의 시선을 가리려는 수단이었다. T 씨가 화난 표정으로 노려보자 동유럽인으로 보이는 세 여성은 크게 웃더니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윙크하며 천천히 지나갔다.


배낭을 메고 다닐 땐 소매치기 표적이 되기 싶다. 배낭을 메고 가는 여행객. 픽사베이 배낭을 메고 다닐 땐 소매치기 표적이 되기 싶다. 배낭을 메고 가는 여행객. 픽사베이

■붐비는 지하철, 트램, 버스는 위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매우 붐빈다면 소매치기가 많을 가능성이 높다. 이곳에서는 단체 소매치기는 물론 개인 소매치기도 활개를 친다. 특히 어린이 여러 명이 주변을 에워싸면 조심해야 한다. 작은 어린이가 허리 아래에서 무슨 짓을 하는지 안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 외교관 B 씨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붐비는 트램에서 소매치기를 당했다. 그는 문 앞에 서 있었는데 누가 옷을 쓰다듬는 걸 느꼈다.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봤더니 현금과 신용카드, 여권이 든 지갑이 사라진 상태였다.

한국인 N 씨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두 딸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스페인광장으로 가던 중이었다. 도중에 정차한 역에서 어린이 10여 명이 지하철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은 N 씨와 두 딸 주변을 에워쌌다. N 씨는 잠시 후 바지를 긁는 느낌이 들어 아래를 보았다. 어린이 중 하나가 그의 바지 앞 호주머니에 손을 넣으려고 시도하던 중이었다. 다른 어린이는 벌써 딸의 가방에 손을 넣어 뒤지고 있었다. 그가 손을 탁 치자 두 어린이는 그냥 빙긋 웃기만 할 뿐 달아나려고도 하지 않았다.

배낭은 끈으로 묶거나 자물쇠를 다는 게 좋다. 잠금장치가 달린 배낭. 픽사베이 배낭은 끈으로 묶거나 자물쇠를 다는 게 좋다. 잠금장치가 달린 배낭. 픽사베이

■낯선 사람은 당연히 경계 대상

공익활동 청원서에 서명해 달라거나 길을 물어보는 척 하면서 지갑을 훔치는 사람도 있다. 때로는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인 것처럼 꾸며 접근하기도 한다.

이스라엘인 D 씨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둘러보던 중이었다. 한 여성이 다가오더니 어린이보호운동 청원서에 서명해 달라고 했다. D 씨는 별 생각 없이 청원서를 받아 서명하려고 허리를 굽혔다. 그때 옆에 서 있던 여성이 갑자기 “서명을 안 해도 된다”면서 청원서를 빼앗더니 그대로 뛰어갔다. D 씨는 아무래도 수상해서 안주머니를 확인했다. 깊숙이 넣었다고 생각한 지갑은 이미 사라져 버린 상태였다.

스페인인 ‘노니야’ 씨는 프랑스 파리 기차역에서 일어난 일을 기억한다. 집시 같은 성인 두 명과 어린이 네 명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중 성인 여성이 길을 가르쳐달라고 말했다. 성인 남성은 노니야 씨 등 뒤에 바짝 붙어 서 있었다. 어린이들은 주변에서 장난을 치거나 깔깔 웃으며 노니야 씨의 정신을 산만하게 만들었다. 그들이 소란을 끝내고 사라지고 난 뒤 노니야 씨의 지갑도 함께 사라졌다.

‘골드팜트리’라는 이름을 쓰는 한 네티즌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소매치기를 겪었다. 집시로 보이는 여성이 다가오더니 갑자기 상의를 벗었다. 그가 너무 놀라 어쩔 줄 몰라 하는 사이 어린이 4명이 우르르 몰려오더니 그를 에워쌌다. 소매치기라는 생각이 든 그는 호주머니를 단속하면서 그대로 뛰어 달아났다.

소매치기가 여성 지갑을 훔치는 장면을 연출한 사진. 이미지투데이 소매치기가 여성 지갑을 훔치는 장면을 연출한 사진. 이미지투데이

■반드시 알아야 할 소매치기 예방법

단체로 움직이는 소매치기를 막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래도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게 필요하다.

먼저 여행지에 도착한 직후에 소매치기를 가장 조심해야 한다. 여행용 가방이 많아 손을 놀릴 여유가 없는 데다 낯선 곳이라서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는 틈을 노려 지갑을 훔치는 소매치기가 많다.

여행지를 돌아다닐 때에는 홀쭉한 전대를 옷 안쪽에 착용해 지갑, 여권을 넣는 게 바람직하다. 헐렁한 바지 호주머니에 넣으면 소매치기에게 헌납하는 것과 다름없다. 여행하는 동안 배낭은 끈으로 두세 번 꽁꽁 묶거나, 가능하면 자물쇠를 채우는 게 좋다.

귀금속류는 호텔 금고에 넣어두는 게 바람직하다. 현금, 신용카드, 여권은 여러 곳에 분산해서 들고 다녀야 한다. 현금은 매일 쓸 금액만 갖고 다니는 게 좋다. 카드도 1개만 갖고 다니는 게 낫다. 두툼한 지갑은 호텔에 두고 카드, 현금만 가지고 다니는 것도 방법이다. 현금, 카드를 한 사람이 모두 들고 다니는 것보다 일행이 나눠서 갖고 다니는 게 더 바람직하다. 계산하느라 지갑에서 현금을 꺼낼 때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한다. 많은 현금을 다 꺼내 보이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다.

바지 뒷주머니에 지갑을 넣고 다니면 소매치기를 당하기 십상이다. 픽사베이 바지 뒷주머니에 지갑을 넣고 다니면 소매치기를 당하기 십상이다. 픽사베이

복잡한 지하철, 버스, 트램에 타면 일행끼리 모여 있는 게 좋다. 배낭은 돌려 등이 아니라 배 쪽으로 메야 한다. 핸드백도 늘 앞 쪽으로 메야 한다. 길을 걷거나 쇼핑하느라 정신이 팔렸을 때에 핸드백이 옆이나 뒤로 돌아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배낭을 메지 않은 사람이 늘 맨 뒤나 주변에서 일행을 지켜보는 것도 요령이다.

낯선 사람이 길을 묻거나 도움을 요청할 때에는 바짝 붙지 말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대화해야 한다. 다가오면 피하거나 다가오지 말라고 말해야 한다. 대화할 때에는 낯선 사람의 일행이 등 뒤에 서게 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 일부러 케첩이나 물을 옷에 흘리면 조심해야 한다. 닦아주는 척 하면서 지갑을 빼간다. 여러 명이 큰소리를 내며 싸울 때에는 구경하지 말고 그냥 지나가야 한다. 구경하느라 시선이 쏠리면 지갑은 사라진다.

사진을 찍느라 한눈을 팔면 등에 멘 배낭이 위험하다. 픽사베이 사진을 찍느라 한눈을 팔면 등에 멘 배낭이 위험하다. 픽사베이

거리나 지하철, 버스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려고 오랫동안 서 있어서는 안 된다. 소매치기가 접근해 범행할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 된다. 소매치기가 휴대폰을 빼앗아 달아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식당에서 식사하거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때 절대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놓아두어서는 안 된다. 손에 들고 보거나, 다 본 뒤에는 호주머니에 넣어야 한다. 화장실 등에 가려고 옷이나 물건을 두고 자리를 비우는 행동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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