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청년극단의 ‘삼색’ 무대… ‘블루’ ‘레드’ 남았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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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컨텍 ‘악당의색’ 시리즈 제작
작년 ‘퍼플’ 이어 올해 2편 공개
학교 공간 통해 사회 구조 지적

'악당의 색 :레드' 공연 장면. 극단 아이컨텍 제공 '악당의 색 :레드' 공연 장면. 극단 아이컨텍 제공

예술고등학교에서 미술을 배우는 ‘하림’은 밤늦은 시각까지 그림을 보기 위해 학교에 몰래 남아있다. 그러던 중 우등생 ‘서도원’과 여자 선생님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장면을 목격한다. 비밀을 공유하게 된 하림과 서도원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묘한 매력을 느끼지만, 자신의 감정을 혼란스러워하던 하림이 ‘주교’에게 비밀을 털어놓으면서 둘의 관계는 어긋난다. 서도원의 비밀이 학교를 좌지우지하는 주교의 입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 이 사건을 계기로 완벽해 보이는 학교에도 여러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하림은 충격에 빠진다.

부산에서 활동 중인 극단 ‘아이컨텍’은 올 하반기 공개를 목표로 뮤지컬 ‘악당의색 : 레드’를 제작 중이다. 지난해 12월에는 동구 범일동 가온아트홀에서 쇼케이스 무대를 선보였다. ‘악당의색 : 레드’는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강압적인 분위기의 학교에 맞서며 겪는 갈등을 다룬 작품이다. 등장인물들은 학교의 엄격한 규율에 저항할 것이냐 조용히 순응할 것이냐의 기로에서 고민한다. 기타, 베이스, 드럼의 생생한 연주소리와 배우들의 노랫소리는 소극장을 가득 채운다.

이번 작품은 총 3편으로 구성된 창작극 ‘악당의색’ 시리즈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극단 아이컨텍은 지난해 7월 동구 범일동 일터소극장에서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인 연극 ‘악당의 색 : 퍼플’을 선보였다. 아이컨텍은 올해 말까지 신체극 ‘악당의색 : 블루’(9월)와 뮤지컬 ‘악당의색 : 레드’(12월)를 연이어 공개할 예정이다.

‘악당의색’ 시리즈는 학생인 주인공이 학교라는 사회에서 여러 문제점을 발견하고 악당이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획일화된 교육, 수직적 사회구조 등을 지적한다. 이 작품은 부산에서 유일하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 중장기 창작지원 연극 분야 사업’에 선정됐다.

2017년 창단한 아이컨텍은 저항 정신을 기조로 매년 창작극 2~4개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열린 제41회 부산연극제에서는 아이컨텍이 제작한 작품 ‘룸메이트’가 우수연출상(박용희), 우수연기상(양승민), 베스트 앙상블상을 받았다.

양승민 아이컨텍 대표는 “학교라는 작은 사회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비추고 싶었다. 엘리트주의, 수직적 위계질서 등에 노출돼 있는 학생들이 저항정신을 발휘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작품”이라며 “주인공의 선택을 통해 우리 사회가 외면하고 있는 병·폐습과 악습을 거울처럼 비추어내고자 한다”고 제작 취지를 밝혔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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