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년간 쌓은 독서 기술로 ‘특허 출원’한 4급 공무원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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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필우 부산시 홍보담당관

20여 년간 1000권 넘게 읽어
‘GC카드 독서 방법’ 책 출간
카드 한 장에 책 핵심 요약
매주 한 권씩 읽고 SNS 게재
5~10년 차 직장인에게 권해

허필우 부산시 홍보담당관은 지난달 자신만의 독서법을 담은 책 <한 번 읽은 책은 절대 잊지 않는다>를 펴냈다. 허필우 부산시 홍보담당관은 지난달 자신만의 독서법을 담은 책 <한 번 읽은 책은 절대 잊지 않는다>를 펴냈다.
허 담당관이 작성한 GC카드를 담은 박스. 허 담당관이 작성한 GC카드를 담은 박스.

‘독서법으로 특허 출원한 4급 공무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소개 글의 주인공은 허필우 부산시 홍보담당관이다.

허 담당관은 지난달 〈한 번 읽은 책은 절대 잊지 않는다〉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1999년부터 20여 년간 1000권이 넘는 책을 읽으며 터득한 독서 기술을 담았다. 그는 자신만의 독서법으로 9급 공무원에서 4급 서기관으로 고속 승진했고 공학 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30대 중반까지 책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직장에서 계속 질책만 당하고, 나를 표현할 방법도 없었죠. 그래서 독서를 시작했습니다. 그때 읽은 책이 〈신지식인이 21세기를 이끈다〉(정임식)였는데, 거기 나왔던 영화감독 구로사와 아키라의 ‘독서 노트를 만들라’는 말이 머리를 때렸어요.”

허 담당관은 직접 쓴 15권가량의 독서 노트를 보여줬다. 뒤이어 꺼내 보인 것은 주제별로 분류한 독서 카드가 담긴 박스. 가로 15.4cm, 세로 10.4cm 크기의 카드는, 단어장 카드라는 이름으로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2015년에 〈에디톨로지〉(김정운)를 읽었는데, 독일에서는 카드법으로 공부한다고 하더라고요. 이거다 싶어서 그때부터 독서 카드를 쓰게 됐습니다. 그걸 더 체계적으로 다듬어서 ‘게인 체인지(Gain&Change, 이하 GC)카드’를 만들게 된 거죠.”

‘GC카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간직하고 싶은 문장을 옮겨 쓰고, 책의 내용을 요약하고, 지식·지혜·통찰력을 얻고(gain), 자신의 변화(change)를 기록하는 것이다. 허 담당관은 올 3월 ‘독서카드 기반 지속 공유-창출 방법’의 이름으로 특허를 출원했다. “GC카드를 쓰면 책을 요약하는 훈련이 돼요. 카드를 적으면서 전체적인 내용도 자연스럽게 정리되고 자기 생각이 세워지는 효과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허 담당관은 GC카드의 가장 큰 장점으로 ‘편집할 수 있다’를 꼽았다. “카드는 순서와 분류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어요. 링을 풀고 다른 기준을 잡고 조금씩 관계있는 것들을 다시 묶어 보면 새로운 시각이 펼쳐집니다.”

카드 한 장이 곧 책 한 권인 셈인데, 휴대성이 좋아 활용도가 높다는 점도 장점이다. “깊이 생각할 것이 있으면 주제별로 묶은 카드를 들고 나와요. 수십 권에 담긴 내용을 짧은 시간에 검토할 수 있습니다. 독서 모임에 가서 뭘 이야기해야 할지 막막하다 할 때도 이거 한 장이면 끝이죠.”

허 담당관은 카드를 잘 활용하면 슬기로운 직장 생활도 가능하다고 했다. “어떤 사업을 추진할 때 레퍼런스를 정확하게 요약해서 뽑아내고 반영하면 보고서가 풍성해져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겁니다.”

허 담당관은 유튜브(채널명 ‘책임전가’)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pilwoohea) 등 SNS를 활용해 독후 활동을 알리고 있다. “독서는 일주일에 한 권이 적당한 것 같아요. 책은 읽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책을 덮고 나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한 주 내내 책과 주제에 대해서 생각한 후에 일요일 SNS에 올립니다.”

책을 어떻게 고르는지 묻자 허 담당관은 ‘연결 독서법’을 추천했다. “책 속에서 책을 많이 찾아 읽습니다. 내용에 등장하는 책,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유명한 인물의 책, 〈문학의 숲을 거닐다〉(장영희)와 같이 책을 소개하는 책에서 골라 읽어요. 주제가 연결되게 읽는 것도 좋아요.”

마지막으로 허 담당관은 카드 독서법을 특히 권하고 싶은 대상으로 5~10년 차 직장인을 꼽았다. “직장에서 뭔가 해야 할 연차거든요. 책을 읽으면 관심 분야의 지식이 축적되고, 어떤 주제의 이야기를 하더라도 풀어갈 수 있어요. 한 번 읽은 걸 계속 기억해서 연결하고 새로운 생각을 뽑아낼 수 있는, 효율적인 ‘어른의 독서법’입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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