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 장관 후보자도 “전기요금 차등제 필요하다”
안덕근 후보자, 국회에 사전 답변
지역별 요금 차등화 효과적 지적
발전소 입지 따른 시장가격 반영
주무 부처 주도 도입 가속도 기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지역에 따라 전기요금에 차등을 두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이하 차등요금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공식 입장을 냈다. “지역별 요금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주무 부처 차원에서 차등요금제에 ‘뒷심’을 실은 것이다. 원자력발전소를 통해 전력을 집중 생산하는 부산 등 지역과 전력을 쓰는 데만 치중된 서울이 같은 요금을 내는 모순된 구조 해결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일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실에 따르면, 안덕근 산업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를 통해 차등요금제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안 후보자는 이와 관련, “전체 원가의 약 90%가 발전 분야(한국전력공사 전력구입비)에 해당해 발전 원가에 지역별 차이가 나타나게 하고, 이를 지역별 요금 차이로 반영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지역별 원가 차이를 반영해 전력 소매요금을 달리하는 차등요금제 도입이 효과적이라는 공식 입장이다. 산업부는 차등요금제 도입의 키를 쥔 주무 부처다.
안 후보자는 이어 “차등요금제는 지역별 원가 차이를 반영해 전기사용자에게 청구하는 소매요금에 차등을 두는 것”이라며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문안과 입법 취지를 고려해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는 3일 예정되어 있다. 청문회에서도 차등요금제 도입 필요성에 대한 입장을 밝힐 전망이다.
차등요금제는 전기 생산은 지역에서 하지만 소비는 수도권에 집중된 굳어진 ‘소비 역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핵심 열쇠다. 발전·송전·배전·판매 등 분야의 지역별 원가 차이를 요금제에 반영하는 것으로, 전력 집중 생산지와 전력 집중 소비지의 전기 요금에 차등을 두는 의미이다. 차등요금제 내용을 담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안’은 박 의원이 대표발의했으며, 지난해 5월 국회를 통과했다.
현재 한국전력공사는 모든 발전소에서 동일한 전력도매가격(SMP)으로 전력을 구입하고, 모든 소비자에게 동일한 요금 체계를 적용해 발전 원가를 회수하고 있다. 현재 차등요금제 전제로 발전소 입지에 따른 전력도매(시장)가격 도입 방안이 우선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를 낀 부산 등 전력 집중 생산지역과 전력 집중 소비지인 서울과의 전기요금을 달리하는 것이다. 이 경우 전력 소비 기업의 지역 이전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국정과제인 ‘국가균형발전’ 취지와도 부합한다.
특히 수십 년간 지역민이 떠안았던 ‘에너지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크다. 부산만 해도 전력 생산량이 서울의 10배를 넘지만 소비량은 50%를 밑돈다. 2022년 전국 17개 시도별 발전량과 전력소비량 현황을 살펴보면 원전을 끼고 있는 모든 지역에서 전력 소비량(판매량)보다 발전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고리)의 발전량은 4만 6579GWh이지만, 소비량은 2만 1494GWh에 그쳤다. 소비량은 발전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서울의 발전량은 부산의 9% 수준인 4337GWh에 그친다. 하지만 소비량은 4만 8789GWh로 나타났다. 원전을 운영하며 부산에서 뽑아낸 전력 대부분이 서울 등 집중 소비지역으로 보내지는 셈이다. 또 다른 원전 보유 지역인 울산(새울)도 3만 3641GWh를 생산하고 3만 2919GWh를 소비해 발전량이 소비량보다 많았다. 그런데도 전기요금에는 아무런 차이를 두지 않는다는 게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차등요금제는 이르면 오는 6월 시행될 전망이다. 다만 수도권이 차등 요금에 반발할 소지가 큰 점과 지역 획정, 복잡한 요금제 개편 등은 검토 과제로 남아있다. 이에 대해 박수영 의원은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내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 송·배전 원가도 차등을 두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며 “부산·울산·경남 등 주민 의견이 적극 반영돼 진정한 에너지 분권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에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