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국힘 소속이었다 최근 민주 입당”
범행 동기 수사 당적 파악에 주력
민주, 위장 당원 가능성까지 조사
박근혜 테러 범인 징역 10년 선고
살해 의도 뚜렷 형량 더 높을 수도
경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습격한 김 모(67) 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과거 정치인 피습 사건 사례에 비춰볼 때 김 씨는 10년 이상 중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경찰은 구체적인 범행 동기에 대해 김 씨 진술 일부를 확보했지만 김 씨 행적 등을 추가 조사해야 확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부산경찰청은 김 씨 구속영장 신청에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살해하려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 씨 진술을 바탕으로 이 대표를 살해할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이 같은 혐의를 적용했다.
김 씨가 이 대표 피습 당시 사용한 흉기는 길이 18cm, 날 길이 13cm 크기의 등산용 칼이고 손잡이 부분이 테이프로 감겨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김 씨가 이 대표를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고 진술한 점, 사망 위험이 있는 목 부위를 습격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하지만 경찰은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추후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경찰이 주목하는 부분은 김 씨 당원 가입 여부다. 김 씨는 민주당 당원 가입 이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범행을 위한 위장 가입인지 등 구체적인 가입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김 씨의 정당 가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영장을 발부받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김 씨가 국민의힘 소속이었다가 얼마 전 민주당원으로 온라인 가입한 것으로 내부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온라인 입당이라서 아는 사람도 잘 없어 위장 당원이 아닌지, 혼자 범행한 것이 맞는지 당에서도 의구심을 품고 진상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후 재판을 거쳐 확정될 김 씨 형량이 어느 정도가 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유력 정치인을 겨냥한 테러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각 사건 형량은 달랐다. 대표적인 사례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 대사 습격 사건이 꼽힌다. 핵심은 살인미수 혐의 인정 여부였다. 살인이나 살인미수죄는 고의성이 관건이다. 피의자가 고의성을 부정할 경우 법원은 흉기 종류와 공격 부위·범행 동기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2006년 5월 지방선거 직전 박 전 대통령은 서울 신촌에서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를 하던 중 지충호 씨에게 습격을 당했다. 지 씨는 박 전 대통령 얼굴을 향해 커터칼을 휘둘렀고, 박 전 대통령은 오른쪽 뺨이 11cm 찢어져 60바늘을 꿰맸다.
당시 검찰은 살인미수 혐의 등을 적용해 재판에 넘겼지만, 법원에서 집단·흉기 등 상해죄로 바뀌었다. 지 씨는 2007년 대법원에서 징역 10년이 확정됐다.
살인미수 혐의가 인정된 적도 있다. 2015년 3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흉기로 습격한 김기종 씨는 살인미수 혐의가 인정돼 대법원에서 징역 12년이 확정됐다. 김 씨는 25cm 길이의 과도를 사용해 리퍼트 대사를 습격했다. 당시 재판부는 범행 경위와 동기, 범행 도구인 과도의 크기와 용법, 공격 강도와 부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미필적으로나마 살인 고의성이 있다고 봤다. 이번 이 대표 피습 사건과 가장 유사한 사례로 꼽힌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를 급습한 김 씨에게 최소 10년 이상 중형이 선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