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해저 지진 나면 10~20분도 안 돼 부산에 해일 덮친다
일본 강진에 부산도 20cm 해일
31년 만에 한반도 영향 준 지진
유라시아판 동해안도 지진 위험
해저 단층·활성 단층 조사 시급
원전 밀집 동남권 대비책 세워야
해안가 고지대 친수공원도 대안
새해 첫날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인근에서 발생한 강진은 31년 만에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친 지진이다. 이날 발생한 규모 7.6의 강진으로 강원도 동해 묵호에 85cm, 부산 해안에도 20cm의 지진 해일(쓰나미)이 밀려와 더 이상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다.
3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만약 한반도와 일본 사이 해역 해저 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할 경우, 부산과 울산에 지진 해일이 도달하는 시간은 빠르면 불과 10~20분 이내일 수 있다며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김광희 교수는 “지진이 언제 발생할지는 정확히 예상하기 어렵지만, 연구를 통해 어느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지, 장소와 규모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면서 “특히 과거 지진이 발생한 지역은 또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조사가 필요한데 전반적인 해저 단층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가 꼽는 과거 한반도의 대표적인 해저 지진은 기록으로 확인된다. 1643년 울산 앞바다 지진, 1681년 양양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이다.
국립기상연구소의 ‘한반도 역사지진 기록(2~1904년)’을 보면 1643년 7월 25일(조선 인조)에 ‘울산부의 동쪽 13리 조석(밀물과 썰물)의 물이 출입하는 곳에서 물이 끓어올랐는데, 마치 바다 가운데 큰 파도가 육지로 1, 2보 나왔다가 되돌아 들어가는 것 같았다’는 내용이 나온다. 진도는 6으로 추정된다.
1681년 6월 12일 기록은 ‘5월 초 2일에 (강원)도내 동일한 지진이 있은 뒤에, 강릉·양양·삼척은 11일, 12일 사이에 연이어 지진이 있었다. 지난 4월 지진이 있었을 때 양양, 삼척 등 읍의 바다 파도가 진동하고 끓어올랐으며, 암석이 무너져 떨어졌다. 해변이 조금 작아져 마치 조수가 물러난 때의 모습과 같았다’는 내용이다. 강원도 해안을 강타한 당시 지진은 진도 8의 강진으로 추정한다.
김 교수는 “이시카와현 지진은 유라시아판과 일본 오호츠크판의 경계에서 발생한 지진이고, 일본 서해안 지진 발생 시 우리나라까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사이 지진해일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유라시아판에 속한 한반도의 동해안 해저 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한다면 지진해일이 도달하는 시간은 불과 10~20분 사이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해저 단층뿐만 아니라 한반도에 현재 450여 개의 활성 단층(움직임이 잦은 단층)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에 대한 조사도 부족한 실정이다. 그나마 2016년 9.12 지진(경주 지진), 2017년 포항 지진을 겪은 이후 올해 들어서야 정부가 단층 조사 연구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정도다.
해저 지진에 의한 지진 해일 발생 때 해안과 접해 도시가 형성됐고 원전이 밀집한 동남권의 큰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경대 환경지질과학전공 김영석 교수는 “부산 일부 해안가의 경우 방벽 설치보다는 해수면보다 높은 위치에 친수공원을 조성해 평소에는 공원으로 활용하고, 지진 해일 때는 출입을 차단해 차단벽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