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 부산근현대역사관 5일 개관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활용
‘근대·현대도시 부산’ 상설전
근현대사 유물 500점 전시
부산근현대역사관이 이름에 걸맞은 위상으로 거듭 태어났다. 부산근현대역사관은 5일 지하 1층 지상 6층 연면적 9077㎡의 규모로 △지하1층 금고 미술관 △1층 카페 등 열린문화공간 △2층 기획전시실 △3~4층 상설전시실 △5층 수장고 등을 갖춘 본관을 전면 개관했다. 2013년에 한국은행 부산본부가 문현동으로 이전하면서 남은 건물을 근현대박물관으로 활용하자는 논의가 시작되고 10년의 세월이 걸린 셈이다. 2020년부터 별관 공사가 시작되어, 지난해 12월 본관 공사를 마쳤다. 부산근현대역사관은 기존의 별관은 북카페를 비롯한 인문학 거점, 새로 리모델링한 본관은 역사문화거점과 복합문화공간으로 역할 분담을 시켰다. 또한 본관과 별관의 시너지 효과로 원도심의 관광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폐를 보관했던 본관 지하의 금고실을 이용한 금고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획전시 ‘가장 가깝고, 가장 은밀한 역사’와 개관 특별전 ‘마! 쌔리라! 야구도시 부산의 함성’은 이미 성황리에 전시 중이다.
5일부터 ‘근대도시 부산, 현대도시 부산’ 상설전이 열리고 있다. 초량왜관 일대를 그린 7m가 넘는 ‘초량화관지도’를 비롯해 1880년대 일본 거류지를 그린 ‘포산항견취도’ 등 근현대사를 담은 유물 500여 점이 전시된다. 미니어처로 재현된 산복도로나 깡깡이 아지매들이 실제로 사용하던 도구들도 흥미롭다. ‘근대도시 부산’은 ‘관문을 열다, 달라진 부산, 근대의 시공간, 부산항의 변천’ 등의 소주제를 다룬다. ‘현대 도시 부산’은 ‘생존과 희망의 도시, 산업화 시대의 부산, 부산 민주항쟁의 중심에 서다’ 등을 집중 조명한다.
부산근대역사관 건물이 과거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이었던만큼 ‘일제에 맞서는 부산 사람’이란 주제 전시에 관심을 가져도 좋겠다. 부산의 독립운동가들 237명의 이름을 벽돌 모양에 명판에 서훈 순으로 일일이 기록했다. 최상단의 박재혁은 의열단원으로부산경찰서 폭파 사건의 주역이었다. 안희제는 부산에서 백산상회를 운영하며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했다. 임시정부에서 활동한 윤현진의 활약상은 <국사일지>로 남아 있다. 부산 출신의 박차정 남매, 한형석 부자, 이봉우 부자는 가족이 함께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237명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이름이다.
3층 전시관 출구 부근에는 악보만 남아서 전하던 각각 부산 출신의 윤인구 작사, 금수현 작곡의 행진곡인 ‘8월 15일’ 노래가 흘러나온다. 광복 직후에 발표된 이 노래는 당시 부산·경남을 중심으로 크게 유행했다. 부산·경남의 모든 학교에 배포되었고, 경남도 공식 해방 기념일 노래로 지정되기도 했다. 부산근현대박물관이 이 노래를 알리겠다는 취지로 원곡과 편곡된 노래를 각각 녹음해 틀어 주고 있다. ‘삼천만 가슴엔 눈물이 샘 솟고/삼천리 강산엔 새봄이 오던 날/아 아 동포여 그날을 잊으랴/우리의 생명을 약속한 그날을.’ 올 광복절에는 이 노래가 전국에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 김기용 부산근현대역사관장은 “부산의 근현대사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대표한다. 변방의 위태로웠던 조선이 지금의 대한민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산의 근대사는 꼭 살펴봐야 할 교훈의 역사다”라고 말했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