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구의회 “민주주의 유린한 구청장 사퇴하라”
폭행 논란 후 첫 기자회견 열어
집안 싸움에 주민 시선은 ‘싸늘’
부산 영도구의회가 폭행 논란에 휩싸인 구청장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예산안 심사권이라는 기초의회의 정당한 권한을 구청장이 침해한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자체를 대표하는 공직자들의 내홍을 지켜보는 지역사회 반응은 냉랭하다.
부산 영도구의회는 4일 오전 10시 부산시의회 3층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기재 영도구청장 사퇴를 요구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영도구 대교동의 한 식당에서 지역 기관단체장들이 참석하는 송년회가 열렸다. 영도구의회에 따르면 이날 송년회에서 올해 예산안 삭감을 두고 실랑이가 오가다 김 구청장이 이경민 의장 뺨을 때렸다. 즉시 이 의장은 영도경찰서를 찾아 김 구청장을 폭행 등 혐의로 고소했다. 반면 김 구청장은 어떠한 폭행도 없었다며 폭행 사실을 부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지영 구의원은 “구민을 대표하는 구의회 의장에 대한 폭행과 모욕은 영도구민을 폭행하고 모욕한 것”이라며 “폭력으로 의회 민주주의를 유린한 영도구청장은 책임지고 조속히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이 의장도 구의회 활동을 침해한 김 구청장에 대해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경민 영도구의회 의장은 “기초의회는 지자체에 대한 견제에 존재 의의가 있는데, 이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는 구청장 탓에 불상사가 발생했다”며 “필요 예산에 대해 의회를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구청장 무능을 폭행으로 자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영도 주민과 구청 내부는 싸늘한 반응이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 소속 구의원은 전원 불참하는 등 구의회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영도 주민 김 모(56·봉래동) 씨는 “별로 좋지도 않은 일로 영도 이름이 전국에 알려졌다”며 “다른 사람들이 영도를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스러울 뿐이다”고 말했다.
영도구청 공무원 노조 게시판에서는 이번 폭행 논란이 평소 김 구청장을 필두로 한 구청과 이 의장을 중심으로 한 구의회 갈등의 연장선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도구청 공무원은 “구청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게 구의회 일이라고 동의한다. 하지만 과도하다고 느끼는 순간도 있다”며 “예를 들어 한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구의원 7명 전부를 일일이 방문하면서 설명을 반복해야 한다. 이런 사소한 불만이 누적되던 중 예산안 삭감을 계기로 이번 논란이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