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맛을 보다, 색을 먹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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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 보다 / 이상명

<맛을 보다> 표지. <맛을 보다> 표지.

편의점에서 흔히 파는 젤리 한 봉지를 샀다. 각양각색의 젤리 중 초록색 젤리를 골랐다. 당신은 어떤 맛을 기대 혹은 예상하는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달콤한 맛을 기대하거나 새콤한 맛을 예상한다.

한국 사람들은 달콤한 맛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유명한 멜론맛 아이스크림의 영향이다. 초록색에서 멜론맛을 떠올린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멜론맛이 아니라 ‘메○나’ 맛을 연상하는 경우가 더 많겠다.

한편 서양인들은 주로 새콤한 맛을 예상한다. 초록색에서 풋사과의 새콤함을 떠올린다. 심지어 서양의 멜론맛 사탕은 연한 살구색일 경우가 많다. 서양에선 과육이 주황색인 멜론의 원종(原種)이 꽤 이른 시기부터 재배되어 친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색에서도 맛을 느낄 수 있다. <맛을 보다>는 음식의 맛과 색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맛과 색의 관계, 그 다채로운 비밀에 관하여 재미있게 썰을 푼다. 부제는 없지만, 굳이 만든다면 ‘색을 먹다’ 정도가 될 것 같다. SNS가 발달한 요즘, 시각으로 맛을 연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졌다. 유명하다는 식당에서 잘나가는 메뉴가 식탁에 나오면 먹기 전에 먼저 사진을 찍고 그것을 SNS에 공유한다. 우리가 어떤 식당에 갈 지를 정할 때 SNS에 올라온 사진을 통해 시각적으로 맛을 예상하고 식당을 결정한다.

저자는 색 전문가다. 현재 대학에서 색체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색에 대한 전문지식을 맛에 접목했다. 푸른색 컵에 담겨진 음료가 붉은색 컵에 담겨진 음료보다 갈증 해소 효과가 크고, 치즈케이크는 흰 접시 위에 담았을 때 더 달게 느껴진다. 평소 음식 꾸미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특히 가니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읽으면 큰 도움이 되겠다. 이상명 지음/지노/228쪽/2만 원.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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