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평론가가 뽑은 지난해 부산 연극 BEST 7
김문홍 평론가 매년 리스트
‘집을 떠나며’ 최우수작 선정
‘슬픔이 찬란한 이유’ 기대작
지난해 부산 연극계가 주목한 작품으로 극단 동그라미그리기의 ‘집을 떠나며’가 꼽혔다. 올해 기대작으로는 2022년 대한민국연극제에서 은상을 받은 작품 ‘슬픔이 찬란한 이유’가 선정됐다.
희곡작가 겸 연극평론가로 활동 중인 김문홍 평론가는 ‘2023년 부산 연극 BEST 7’을 선정해 발표했다. 평가 기준은 독창적인 형식미학으로 연출의 힘이 느껴지는 연극으로, 극단 동그라미그리기의 ‘집을 떠나며’가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꼽혔다. 김 평론가는 “단순하고 파편적인 서사도 연출의 세공력에 힙입은 표현미학으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재확인시켜 주었다”며 “가족의 해체와 파편적인 삶이라는 비극성에도 일말의 희망을 남겨놓고 있다”고 평가했다. ‘집을 떠나며’는 월남전, IMF 등 근현대사의 비극으로 파괴되어 버린 한 가정을 다룬 이야기다.
2위와 3위에는 예술집단C의 ‘Red heel’과 부두연극단의 ‘End Game’이 각각 선정됐다. ‘Red heel’은 주제 의식이 선명하고 형식 실험이 독창적이고 도전적이라는 점에서 호평받았다. ‘End Game’은 사뮈엘 베케트의 원작을 환경오염과 접목해 관객에게 접근한 점과 조명 등 무대장치가 세심했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밖에도 공연예술 창작집단 어니언 킹의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극 연구집단 시나위의 ‘세자매’ 극단 일터의 ‘하늘을 먹는 자 좌뜰 천식이’, 극단 배우창고의 ‘매혹적인 이야기’가 4~7위를 기록했다.
매년 협회 소속 평론가가 함께 모여 ‘올해의 연극 베스트 3’를 고르는 한국연극평론가협회와 달리 아직 부산에서는 우수한 작품을 선정하고 홍보하는 계기가 없는 실정이다. 김 평론가는 7~8년 전부터 부산에서 유일하게 매년 자신이 관람한 40여 편의 작품 중 우수작을 발표하고 있지만, 취향이 반영되고 모든 작품을 다 볼 수 없다 보니 객관성 측면에서 한계도 뚜렷하다. 김 평론가는 “전문가들이 모여 연극 작품에 대해 토론도 하면서 좋은 작품을 선정해야 극단도 자극을 받고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낼 텐데 부산에서는 그런 문화가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김 평론가는 올해 기대작으로 2022년 부산연극제에서 대상을 받고 같은 해 열린 제40회 대한민국연극제에서 은상을 받은 연극 ‘슬픔이 찬란한 이유’를 꼽았다. 그는 “이 작품은 앞서 전국창작희곡 공모전에서 대상까지 받아 기대치가 높은 작품이다. 각본을 쓴 김숙경 씨가 올해 직접 연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아는데 작품이 공개된다면 부산 연극계에 좋은 에너지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