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경험 많은 의사 필요”, 부산대병원 “우리도 충분히 가능”
서울대병원 이송에 지역 불쾌감
응급헬기 이송 두고 적절성 논란
서울대병원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 수술에 대해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 수술이 꼭 필요했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 파장이 인다. 앞서 수술을 준비했던 부산대병원 등 지역 의료계는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이 대표가 부산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지 않고 응급헬기를 타고 서울로 이동한 게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서울대병원 민승기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4일 오전 이 대표 수술 경과 등을 설명하며 “이 대표가 왼쪽 목에 1.4cm 자상을 입었다”며 “속목정맥을 봉합한 뒤 혈관 재건술을 했다”고 밝혔다. 민 교수는 “목정맥이나 목동맥 혈관 재건술은 난이도가 높은 수술”이라며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 집도가 꼭 필요하다”고도 언급했다. 이어 “우리는 부산대병원 전원 요청을 받아 수술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언급에 부산대병원을 포함한 지역 의료계는 곧장 불편한 반응을 내비쳤다. 부산대병원은 지난 2일 이 대표가 부산 가덕도에서 흉기에 찔린 뒤 이송된 곳이다. 당시 부산대병원은 이 대표 수술을 권유하며 준비를 마쳤지만, 민주당 측은 “이 대표 가족 요청 등으로 서울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부산대병원 의료진은 수술을 제대로 못하는 환경이 아니었고, ‘경험 많은 의사’가 없었던 것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부산대병원이 먼저 이송을 제안하지 않았고, 이 대표 측 요청으로 전원을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부산대 응급의학과 A 교수는 “부산대병원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권역외상센터가 있고, 서울대병원은 중소규모 중증외상센터”라며 “부산대병원 의사들 입장에선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외상외과에서 혈관외과적 술기는 기본 소양에 가깝고 흉부외과 출신은 다들 전문의라고 보면 된다”고 일침했다. 이어 “부산대는 서울대에 가지 말라고, 서울대는 부산에서 왜 오냐고 막았어야 했다”며 “한국 전원 체계에선 환자에게 결정권이 있어 사실상 다른 병원에 간다고 하면 막을 수 없다”고 밝혔다.
같은 과 B 교수는 “의사들이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수술을 대기하고 있었다”며 “우리가 못할 정도로 어렵고 난해한 수술이 아닌데 서울로 간 것에 대해 달리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부산대 예방의학과 C 교수는 “자상이 생겼을 때 출혈이 많고 어떤 내부 손상이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권역외상센터는 모든 상황을 준비한다”며 “부산대병원은 충분한 경험과 실력을 갖춘 혈관외과 의사가 있으며 집도가 가능한 수술이었다”고 밝혔다. 다른 지역 병원 D 교수도 “국내 최고 수준 권역외상센터를 놔두고 서울대에 간 건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2일 이 대표가 부산에서 서울까지 헬기를 타고 이송된 것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지방 의료를 살리겠다는 민주당 기조와 반대되는 ‘특혜’인 데다 응급 상황이라면 치료를 빨리 받았어야 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맞서 의전 서열 8위인 제1야당 대표가 피습 뒤 헬기를 타고 이동하는 게 적합하다는 반박도 제기된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