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아동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세상 만들어야”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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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울주군 계모 사건’ 이후
아동학대 방지 운동에 뛰어들어
‘정인이 사건’ 시위 양모 살인죄 적용
가을이 1주기 추모 성명도 발표

매주 목요일 부산지법 정문 앞에선 1인 피켓 시위가 열렸다. 부산 금정구에 거주했던 만 4세 여아 몸무게가 7kg이 될 정도로 학대·방치해 끝내 사망케 한 이른바 ‘가을이 사건’의 친모와 동거녀 엄벌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 겨울이 돼도 항상 같은 자리를 지켰다.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는 곳이면 어디든 나타나 가해자 엄벌 촉구 시위를 하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와 회원들이다.

공 대표는 새해 소망으로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라며 아동 권리가 보호될 수 있도록 계속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은 개인사업을 운영하며 두 아이를 키워온 공 대표는 평범한 어머니였다고 설명했다. 그랬던 그가 아동학대 방지 운동에 뛰어든 계기는 2013년 계모로부터 8세 여자아이가 맞아 숨진 ‘울산 울주군 계모 사건’이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계모가 사망 당일 아이를 살해하려는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해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

공 대표는 계모에 대한 법정 최고형 선고 촉구 시위에 나섰다. 뜻을 공유할 온라인 카페도 만들었다. 공 대표 뜻에 공감한 시민들이 카페에 하나둘 모였고 본격적으로 이 사건을 알리기 위한 활동을 펼쳐나갔다. 이들의 노력으로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계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체계적인 아동학대 사건 대응을 위해 지금의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가 경남 창원에서 만들어졌다.

공 대표는 “당시 아동학대 사망 범죄가 살인죄로 처벌받은 전례가 없었다. 가해자 형량도 5년 이내일 것이란 말을 듣고 분노가 일었다”며 “전 국민적 공분에 힘입어 아동학대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됐고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 인식이 개선됐다”고 평했다.

수많은 아동학대 사건을 마주했지만 공 대표 뇌리에 오래 남아있는 사건은 ‘정인이 사건’이다. 2020년 10월 양부모가 생후 16개월 된 입양한 딸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했지만 검찰은 양모를 아동학대치사죄로 기소했다. 협회는 살인죄를 적용하라는 온라인 서명운동과 피켓 시위 등에 나섰다. 정인이 사건에 대한 전 국민적 공분을 이끌어냈고 결과적으로 검찰은 공소장을 변경해 양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했다. 양모는 살인의 고의가 인정돼 징역 35년이 확정됐다. 국회도 반응해 아동을 학대해 숨지게 하면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한 ‘정인이법’이 2021년부터 시행됐다.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현장을 뛰고 있는 그가 지난해부터 주목하는 것은 ‘가을이’ 사건이다. 공 대표는 이 사건이 시민 기억 속에 잊히지 않게 여전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4일 가을이 1주기를 맞아 협회는 시민들이 가을이 사건을 잊지 않고 기억하길 바란다는 추모 성명서를 냈다. 친권자가 아닌 사람이라도 보호자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가을이를 학대·방치했던 동거녀 엄벌 촉구 온라인 성명도 전국적으로 받고 있다.

공 대표는 아동 양육에 대한 부모 교육과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동학대 살해 가해자 대부분 아동을 살해해놓고 훈육이라고 주장한다. 올바른 훈육 개념 정립과 양육 방법 교육이 필요하다”며 “아동은 우리 미래이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시키는 것은 어른들 의무다. 정부와 관계기관, 단체, 시민 모두가 합심해 아동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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