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 자산 수영만요트경기장 선석 거래 폐습 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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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류 시설에 거액 웃돈 불법 거래 횡행
브로커 활개·돈벌이 급급 안전 외면도

부산을 대표하는 수상 레포츠 시설인 수영만요트경기장이 투기판으로 변질되고 있다. 요트를 계류하는 시설인 선석에 거액의 웃돈이 붙여져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는 사실이 〈부산일보〉 취재 결과 드러났기 때문이다. 계류장은 공유수면에 설치된 시설이라 사용료를 내는 기간 이용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자리를 놓고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대를 호가하는 ‘자릿세’ 거래가 횡행하고 있다. 사유할 수 없는 공공 시설을 사고팔아 불로소득을 챙기는 꼴이니 ‘봉이 김선달’ 식 돈벌이가 아니고 뭔가. 문제는 이러한 불법 행위가 해묵은 관행으로 이어지는데도 이를 관리하는 지자체나 경찰이 뒷짐을 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선석 권리금 거래는 중고 요트 거래 사이트 같은 온라인에 만연해 있다. 게시판에는 요트 판매가와 함께 수억 원대의 선석 매도 게시 글이 수두룩하게 올라와 있어 마치 부동산 ‘떴다방’을 방불케 한다. 선석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추세다. 10여 년 전에는 수백만 원에 머물던 ‘자릿세’는 최근 수억 원대가 예사가 될 정도로 급등했다. 그 원인은 계류장이 확장되지 않은 채로 노후화되면서 수용 한계를 넘어버렸기 때문이다. 현재 등록된 요트는 모두 496척으로 446개 선석의 한계를 넘어선 과포화 상태다. 해양 레저 시설 확충이 저변 확대를 따라가지 못한 결과, 계류장 ‘자릿세’가 로또 광풍처럼 과열된 것이다.

이 ‘자릿세’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한 동호인은 브로커에 속아 7000만 원을 냈지만 선석도, 돈도 잃는 사기를 당했다. 불법 거래였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지도 못했다고 한다. 요트투어 업자들은 거액의 선석을 사들이는 수요층이다. 수영만 요트투어 관광객은 2022년 100만 명을 돌파했고, 지난해 120만 명을 넘은 것으로 추산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르는 게 값’이 되어 버린 선석을 사들인 업자들이 투자한 만큼 수익을 얻으려다 보니 발생한다. 구명조끼 등의 보호 장비를 갖추지 않거나, 정해진 항로 없는 아슬아슬한 운행 등 안전은 뒷전인 영업 행태가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수영만요트경기장은 천혜의 관광 자원이다. 달맞이고개, 해운대해수욕장, 동백섬 마린시티, 센텀시티를 잇는 요트경기장은 해운대관광벨트의 핵심이기도 하다. 밤바다를 가르는 요트투어는 내국인뿐만 아니라 중국, 홍콩 등 해외 관광객까지 유인하는 매력을 갖추고 있다. 수영만요트경기장 재개발 사업이 10년 이상 표류 끝에 지난해 재개된 것도 그 잠재적 가치 때문이다. 세계적 수준의 해양 레저 메카, 국내 마리나 산업 발전의 축의 중심에 요트경기장이 있다. 이 미래상에 ‘자릿세’나 안전 불감증이 설 곳은 없다. 부산 관광의 미래, 사람의 안전이 걸린 중차대한 일이다.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행정은 행정대로, 사법은 사법대로 악폐 일소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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