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동해 지진해일
‘울산부의 동쪽 13리 밀물과 썰물이 출입하는 곳에서 물이 끓어올랐는데, 마치 바다 가운데 큰 파도가 육지로 1, 2보 나왔다가 되돌아 들어가는 것 같았다. 건답 6곳이 무너졌고 물이 샘처럼 솟았으며, 물이 넘자 구멍이 다시 합쳐졌다. 물이 솟아난 곳에 각각 흰모래 1, 2두가 나와 쌓였다.’ 1643년(인조 21년) 울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해일에 대한 〈승정원일기〉 기록이다. 토양 액상화, 모래 화산 등의 현상으로 볼 때 진도 6 이상의 해상 지진으로 추정된다는 게 국립기상연구소의 설명이다.
한반도 지진 역사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조선시대에 이르면 지진해일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 나온다. 〈승정원일기〉에는 1681년(숙종 7년) 강원도 양양에서 바닷물이 요동쳤고 마치 소리가 물이 끓는 것 같았고, 설악산 신흥사 및 계조굴 거암이 모두 붕괴됐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탐라지〉에는 1707년(숙종 33년) 일본 호에이 대지진으로 해일이 제주까지 도달했다고 쓰여 있다. ‘지진해일’이라는 용어도 이때 처음 등장한다. 이 밖에 조선시대에만 138회의 지진해일 기록이 나오는데 적지 않은 횟수다.
지진해일은 해저의 지진, 화산 폭발 같은 급격한 지각 변동으로 발생한 해수 파동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해안에 도달하는 걸 말한다. 일본어 쓰나미는 ‘나루터의 파도’ 정도 의미인데 1946년 하와이 지진해일 참사 때 일본계 하와이인이 쓰나미(TSUNAMI)로 부른 게 국제 용어가 됐다. 20세기 후 한반도 지진해일은 1940년, 1964년, 1983년, 1993년에 발생했는데 모두 일본발이었다. 이 중 1983년 일본 아키타현 근해 지진으로 2m 이상 파고가 강원도 묵호항을 덮쳐 사망 1명, 실종 2명, 부상 2명이 발생한 게 유일한 인명피해 기록이다.
새해 첫날 일본 노토반도 지진 여파로 동해 묵호에 85㎝, 부산 해안에 20㎝의 지진해일이 관측됐다. 31년 만의 한반도 지진해일이다. 특히 최근 동해에서 지진이 잦아지고 있어 대형 지진 발생 전조일 수 있다는 ‘하인리히 법칙’까지 떠올리게 한다. 일본 서해발 쓰나미는 동해안 도달에 1시간 30분~2시간 걸리지만 동해 해저서 발생하면 10~20분 만에 덮칠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동해의 깊은 수심도 지진해일을 키울 수 있는 요소라는데 무엇보다 동해안을 따라 밀집한 원전이 문제다. 호들갑 떤다고 할 수도 있지만 원전 안전만큼은 지나칠 정도로 챙겨야 할 일이다. 강윤경 논설위원 kyk93@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