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창의 클래식 내비게이터] 2024년을 빛낼 작곡가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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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평론가

올해 사망 100주기를 맞는 이탈리아 작곡가 페루초 부소니. 조희창 제공 올해 사망 100주기를 맞는 이탈리아 작곡가 페루초 부소니. 조희창 제공

매년 새해가 되면 탄생 몇 주기, 사망 몇 주기 하는 식으로 올해의 음악가를 거론한다. 지난해는 라흐마니노프 탄생 150주년이어서 그의 음악이 자주 무대에 올랐다. 이런 것을 상업적인 기획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눈 흘길 것까지는 없다. 음악은 창작물을 연주로 재현하는 예술이니만큼, 이렇게라도 기념하면서 한 번 더 가치를 알아보는 기회로 삼는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2024년은 유난히 많은 음악가가 리스트에 올라 있다. 탄생 기념부터 살펴보자면, 작곡가 요제프 수크, 아르놀트 쇤베르크, 거스테이브 홀스트, 찰스 아이브스가 탄생 150주년을 맞는다. 특히 오스트리아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와 체코 작곡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는 탄생 200주년을 맞게 되니 두 사람에게 집중 조명이 이루어지리라 본다.

사망 주기로 보면, 이탈리아 작곡가 조반니 비오티가 사망 200주년을 맞는 해다. 프랑스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의 사망 100주기이며, 이탈리아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와 페루초 부소니도 사망 100주기가 된다. 게다가 그 유명한 베토벤의 〈장엄미사〉와 교향곡 9번 ‘합창’이 초연 200주년을 맞는 해이며,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와 시벨리우스 교향곡 7번도 초연 100주년을 맞으니, 열거하자면 밤샐 것 같은 분위기다. 이에 대해선 어차피 올해 내내 우려먹을 태세이니, 오늘은 한 명만 소개하기로 한다.

페루초 부소니(1866~1924)는 작곡가보다는 편곡자로 더 유명하다. 특히 부소니가 편곡한 바흐의 작품들은 피아니스트가 매우 사랑하는 레퍼토리다. 이탈리아 볼차노에서 1949년부터 시작한 부소니 콩쿠르도 명성을 자랑한다. 한국의 피아니스트 문지영과 박재홍이 각각 2014년과 2021년에 이 대회의 우승자로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무엇보다 부소니는 탁월한 작곡가였다. 그는 7세부터 피아노 리사이틀을 시작하여 스무 살도 되기 전에 이미 200여 개의 작품을 썼다. 피아노 소품부터 교향곡과 오페라까지 300개가 넘는 카탈로그를 자랑하는 작곡가였다. 그중에서 BV(부소니 작품번호) 237번, 〈쿨타셀레- 피아노와 첼로를 위한, 핀란드 민요에 의한 10개의 변주곡〉을 골랐다. ‘쿨타셀레(Kultaselle)’는 핀란드어로 ‘사랑하는 이에게’라는 뜻이다. 부소니는 헬싱키음악원 감독으로 있던 1889년에 게르다라는 여인을 만나 첫눈에 빠져들었다. 그는 이 곡으로 사랑을 고백했고, 곧 결혼하여 평생을 같이했다. 사망 100주기를 맞아 부소니의 작품이 다시 조명되기를 바라며, 그의 사랑가로 새해를 시작한다.

쿨타셀레 쿨타셀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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