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만요트경기장 불법 선석 매매 기승
100만 원대 계류비, 억대 호가
계류장 꽉 차 권리금처럼 거래
계약서도 없어 피해 사례 속출
부산시 사업소는 단속 손 놓아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요트경기장에서 선석 선점을 위한 자리다툼이 치열하다. 부족한 선석 탓에 불법 선석 매매마저 횡행하는데 이렇게 매매되는 선석은 수억 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십 년째 이어진 관행을 두고도 관리 주체는 사실상 방치하고 있어 불법 매매에 따른 피해자까지 나오고 있다.
4일 부산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에 따르면 수영만요트경기장의 선석은 해상과 육상을 포함해 총 446곳이다. 계류된 요트는 496척으로 이미 계류장은 포화상태를 넘어섰다.
문제는 선석을 한 번 선점하면 무한정 계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 육상 선석은 3개월마다, 해상 선석은 6개월마다 계류 등록 신청을 받고 있다. 선주가 연장 신청을 할 시 연장에 횟수 제한은 없다. 계류비는 100만 원대로, 수억 원을 넘나드는 요트 매매 가격에 비하면 부담이 적은 액수다. 선석을 선점한 선주는 정기적인 연장 신청만으로 공유자산인 선석의 무기한 주인이 될 수 있는 구조다.
요트 수요가 늘면서 선석의 희소 가치도 높아졌다. 업계에 따르면 10여 년 전 수백만 원대로 매매되던 선석은 현재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웃돌고 있다. 요트를 구매해도 계류할 곳이 마땅치 않다 보니 선석을 지닌 선주는 요트 매매에서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선석은 권리금처럼 거래되고 있다. 온라인 사이트에서 요트 매매 시 선석 양도는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었다. 한 중고거래사이트 요트 판매 게시글에서 작성자는 12인승 요트를 2억으로, 요트와 통선석을 3억 9000만 원으로 올려놓았다. 선석을 약 1억 9000만 원으로 제시한 것이다.
또 다른 게시글도 ‘29인승 요트 2억. 요트+통선석 3억 5000만 원’을 명시했다. 선석 가격으로 제시된 금액만 1억 5000만 원이다. 그 외에도 다수의 요트 홍보 게시글에서 선석 포함 또는 미포함을 기재해 놓은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행법상 선석 매매는 불법이다. 바다는 공유재산으로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등에 따라 해상 선석은 매매가 불가하다. 그러나 선석을 매매하지 않고는 요트를 계류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구매자들은 불가피하게 선석 값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선석 매매와 관련한 사안들은 요트 매매 계약서에 별도 기재되지 않거나 요트값에 포함돼 거래가 이뤄진다.
암암리에 이뤄지는 선석 거래는 피해자를 양산한다. 2022년 11월 선석 거래를 한 A 씨는 선석 값을 지불하고도 선석을 양도받지 못했다. 요트를 전시하기 위해 해양 선석이 필요했던 A 씨는 해상 선석을 약 7000만 원에 구매했다. 선석 거래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다. 이후 선석을 소개한 브로커는 잠적을 감췄고, 알고 보니 해당 선석에는 이미 4명의 공동 소유자가 등록돼 있었다. 1년여간 소유권 분쟁을 벌였지만, 결국 A 씨는 자리를 받지 못했다. 지불했던 돈도 돌려받지 못했다.
A 씨는 경찰에 신고도 못했다. 거래자와 구매자 모두 범법임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요트업계 관계자는 “요트투어 등이 생겨나기 전에는 300만~1000만 원에 거래되던 선석도 최근에는 1억 원을 넘는 사례가 다반사”라며 “불법 거래다 보니 구두거래로만 이뤄지고, 선석 값은 현금으로 지불해 숨은 피해사례도 많다”고 덧붙였다.
불법 선석 거래를 막으려는 노력도 없다. 부산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 관계자는 “계류장 선석은 공유자산으로 개인 간 거래 대상이 아니다”라며 “불법 거래가 단속된 사례가 없으며, 단속은 수사기관 책임”이라며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고질적인 선석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선석 거래 관행이 사라지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부산마리나선박대여업협동조합 김영민 조합장은 “시설이 확대되지 않으니, 선석 거래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며 “선석 거래 단속보다 수요에 맞게 선석을 확대해야 문제가 근절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