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서 폭탄테러 최소 103명 사망… “반드시 대가 치를 것”
3일 혁명수비대장 추모식에서
수만 명 행렬 도중 두 차례 폭발
이란 지도자들 보복 한 목소리
레바논 공습 겹쳐 중동 좌불안석
3일(현지시간) 이란에서 혁명수비대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에서 의문의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최소 103명이 사망하고 188명이 다쳤다고 이란 국영 IRNA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란이 대규모 인명피해가 난 이날 폭발 사고가 외부세력에 의한 ‘테러’로 규정하고 보복을 예고하고 나섰다. 이스라엘 배후설에 무게가 실리면서 이란이 가자지구 전쟁에 직접 개입할 명분과 가능성이 더욱 커진 셈이다.
이날 오후 2시 45분께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남동쪽으로 820㎞가량 떨어진 케르만주의 주도 케르만시 순교자 묘역의 솔레이마니 사령관 무덤을 중심으로 추모식이 진행되는 도중 약 700m 거리의 도로에서 큰 소리와 함께 폭발이 발생했다.
이어 10분쯤 뒤 묘역에서 1㎞ 떨어진 지점에서 두 번째 폭발 시간차를 두고 일어났다. 첫 번째 폭발 때 현장에 도착해 부상자 응급조치 등을 하던 구조대원 3명도 이 폭발로 숨졌다. 익명의 소식통은 “폭발물이 담긴 가방 2개가 원격 조종으로 폭발했다”고 전했다.
이란에서 국민적 추앙을 받았던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기일에 맞춘 추모식인데다,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국면이 겹쳐 순교자 묘역으로 수만 명의 추모객 행렬이 이어진 탓에 인명피해 규모가 커졌다. 이날 인명피해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에서 벌어진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다.
이란 정부는 4일을 애도일로 선포하고 전국적으로 추모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장을 찾은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이번 폭발로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됐다며 “이 끔찍한 범죄의 대가로 당신들은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임을 명심하라”고 말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별도 성명에서 “사악하고 범죄적인 이란의 적들이 또 재앙을 일으켰다”며 “이런 재앙은 반드시 강경한 대응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는 신의 뜻”이라며 보복을 다짐했다.
이번 폭발 사고로 인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넓게 번질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전날에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3인자인 살레흐 알아루리 정치 부국장이 공습에 살해되면서 중동의 긴장은 한층 더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다는 평가다.
불안정한 상황 속에 레바논 공습과 이란 폭탄테러가 연거푸 불거지자 국제사회는 좌불안석이다. 독일 외무부는 확전이 우려된다며 자국민에게 레바논에 입국하지 말고 레바논에 체류한 자국민은 출국하라고 권고했다.
AFP통신은 레바논 폭격으로 이미 긴장이 높아진 다음 날 테러가 터졌다며 이란 현지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전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도 “폭발이 누구 책임인지 아직 불확실하지만 누가 배후이더라도 그에 대한 분노에 역내 전쟁을 촉발할 위험을 각오하겠다는 의향이 내포돼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분석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