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의심하는 이란, 이스라엘 아니라는 미국
무차별 공격보다 암살 선호
종전 이스라엘 작전과 차이
수니파 IS 소행 쪽에 더 무게
이란에서 3일(현지시간) 자행된 테러로 100명 가까이 사망자가 난 가운데 배후를 자처한 단체는 아직 없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의심하는 분위기지만, 서방에서는 공격 특성을 볼 때 이란 내에서 활동하는 반정부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을 내놨다.
AFP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란 케르만주 케르만시에서 발생한 테러의 배후를 자처하는 세력은 현재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이란 정부는 공격 주체를 지목하지 않은 채 ‘테러리스트의 소행’이라며 규탄을 이어가고 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성명을 통해 ‘악의적이고 범죄적인 적들’을 비난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도 “범죄자가 곧 확인돼 그 행동에 따른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내에서는 구체적 정황은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이번 테러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소행일 것이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이란 내 소식통들은 NYT 인터뷰에서 “특정 단체가 배후를 자처하더라도 군부와 지도자들은 이스라엘 소행이라고 신속하게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이번 사건에 공식적으로는 언급을 자제 중이다. 다만, WSJ은 “이스라엘이 동맹국들에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작전이 아니라고 밝혔다”는 보도를 했다.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잘 아는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은 그간 이스라엘 공격과 패턴이 다르다는 점을 주목한다. 지금까지 이스라엘은 무차별 공격보다는 이란 군부나 핵 프로그램과 연계된 개인을 더 정밀하게 타격하는 방식으로 작전을 수행해 왔다는 것. 물론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소행이 기정사실로 여겨진 암살 공작에도 어떠한 논평을 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이란에서 발생한 이번 폭발에 자국이 관여하지 않았으며 이스라엘이 배후라는 정황도 없다고 주장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솔레이마니 추모식에 폭력 사태가 있을 것이라는 정보도 없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부인하는 상황에서 그간 이란 안보를 위협해온 극단주의 무장세력이 배후로 의심받는다.
특히, 중동 전역에서 테러를 일삼아온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집단인 이슬람국가(IS)는 과거 시아파 맹주 이란에 여러 차례 공격을 가한 바 있다. IS는 지난 2018년 이란혁명수비대 행진을 겨냥해 자행된 공격 때도 배후를 자처했다. 실제로 작년 9월에도 케르만시에서 IS와 연계된 핵심 공작원이 테러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된 바 있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전문가인 알리 바에즈는 WSJ 인터뷰에서 “이번 테러가 이슬람 성전주의자나 이란 내 분리주의자의 과거 공격과 성격이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