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PF 부실 위기에 보증 선 HUG ‘헉헉’
1만 가구 2조 원대 보험 가입돼
재정건전성 한계 수준 도달 지적
주거안전판 기능 차질 목소리
중견 건설사 태영건설발 PF 부실 위기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태영건설의 사업장에 HUG가 선 보증 보험 규모가 조 단위에 이르기 때문이다. 태영건설을 시작으로 중소 건설사의 PF 부실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경우 최근 전세 사기 보증 등으로 재정 임계점에 달한 HUG의 재정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태영건설이 공사하고 있는 주택사업장 가운데 분양이 진행된 22개 사업장(1만 9869가구) 중 HUG의 주택 분양 보증에 가입한 곳은 14개 사업장(1만 2395가구)이다. 보증 규모는 약 2조 원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30가구 이상 아파트를 분양하는 사업은 일종의 보험 역할을 하는 HUG 분양 보증에 가입한다.
분양 보증 사업장에서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분양 계약자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환급을 희망하면 HUG는 분양 대금을 환급한 뒤 사업장 매각 등을 통해 환급금을 회수한다. 만일 계약자들이 공사 진행을 원하면 HUG가 시행자로서 시공사 변경 등을 통해 분양을 이행한다.
HUG는 분양 보증 사고를 △주채무자에게 부도·파산·사업 포기 등 사유가 발생한 경우 △실행 공정률이 예정 공정률보다 25% 이상 부족한 경우 △실행공정률이 75% 초과한 경우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공사가 6개월 이상 지연된 경우 △시공사의 부도·파산 등으로 공사 중단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된 경우로 규정한다.
문제는 HUG의 재정건전성이 이미 한계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지난해 폭증한 전세사기 여파로 HUG가 집주인을 대신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갚아주는 대위변제액이 급증하면서 HUG는 13년 만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4조 9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까지 부동산 PF 관련 분양 보증 사고 11건이 발생해 사고액은 7553억 원에 이른다. 건수·사고액 모두 금융 위기 후폭풍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급락했던 2012년(14건·9564억 원) 이후 최대 규모다. 이처럼 부동산 PF 등에 재정 출혈이 심각할 경우 서민 전세대출 보증 등 HUG의 주거 안전판 기능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HUG 관계자는 “태영건설 관련해서는 아직 보증 사고가 발생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태영건설은 4일부터 PF 사업장별로 개별 회의를 진행하며 구조조정 준비에 돌입했다.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기자단 신년 인사회에서 “11일이 지나서도 이 이슈를 끌고 갈 것이라고 기대하면 그것은 아니다“며 “11일 어떻게든 끝날 것”이라며 채권단이 워크아웃에 동의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구안을 내놓으라고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렸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